“여보세요? 119죠? 지금 00공원에 한 남성이 쓰러져 있어요. 빨리 출동해주세요. 빨리요.”
지난 1월1일 낮 1시쯤 경남 창원소방본부에 한 통의 다급한 신고 전화가 왔다.
창원시 진해구에 있는 한 공원에 산책 나온 주민이 이곳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50대 A씨를 발견하고 119에 신고한 것이다.
A씨는 인근 창원경상국립대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두 달이 지난 지금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인공호흡기에 의지한 채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이다.
그런데 A씨를 치료하고 있는 병원이 ‘날벼락’을 맞았다. 현재까지 A씨를 치료하며 쌓인 2억원 가까운 병원비를 받을 길이 묘연하면서다.
대체 A씨에게 무슨 사연이 있어서 그런 것일까?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A씨는 공식적인 서류상으로는 우리나라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A씨는 이날 병원에 가기 전까지 우리나라에서 사실상 ‘유령’ 같은 삶을 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병원 응급실에 실려 왔을 때부터 의식을 잃었던 A씨.
병원에 온 직후 경찰을 통해 A씨 신원을 확인한 후 A씨 친척과 연락이 닿았지만 며칠 뒤 그마저도 두절됐다.
A씨 가족들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결국 병원은 병원비 청구를 위해 A씨 인적사항을 토대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치료비를 청구했다.
그런데 공단으로부터 뜻밖의 회신을 받았다.
A씨가 ‘해외 출국자’여서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현행법상 우리나라 국민이 석 달 이상 해외에 체류해 있으면 건강보험 자격이 정지된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병원은 창원출입국외국인사무소에 A씨 입국 관련 사실 확인을 요청했는데, 다시 한번 황당한 회신을 받았다.
2019년 4월쯤 한국 국적의 A씨가 미국으로 출국한 기록이 있었지만, 그 뒤로 한국에 입국한 기록은 없다는 내용이었다.
여권 위·변조, 밀입국, 전산 오류 가능성 등이 제기되고 있는데 전산 오류일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는 게 법무부 입장이다.
A씨가 이중국적자로 출국할 때는 한국 여권을, 입국할 때는 미국 여권을 사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이와 유사한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로 출국했던 사건 피의자가 이중국적을 취득한 나라 여권을 사용해 입국하면서 수사기관에 입국 통보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적 끝에 경찰에 붙잡힌 사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로서는 A씨가 언제, 어떻게 한국에 들어왔는지 미궁이다.
법무부가 조사에 착수했지만 A씨 입국 경위를 파악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A씨의 입국 경위, 재발 방지 대책 등을 묻는 기자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병원 측은 곤란한 상황이지만 A씨 치료를 포기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창원경상국립대병원 관계자는 “사실 이런 경우가 처음인데,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병원이 우선 조처 할 수 있는 건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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