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보다 8.1%포인트 커져
“코로나19 때 본 한국 콘텐츠,
한국 찾는 수요로 이어져”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3명 중 1명은 30세 이하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젊은층 비중이 크게 늘었는데 케이팝(K-POP) 인기에 힘입어 아시아권 외 국가에서도 젊은 관광객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여행 방식도 관광 위주가 아닌 케이팝 춤을 따라 하거나 드라마에서 본 떡볶이를 먹어보는 등 체험 위주로 바뀌며 관광상품에도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왔다.
11일 한국관광공사의 한국관광 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해 방한한 외래 관광객 1103만명 중 393만명(35.6%)이 30세 이하로 집계됐다. 전 연령층에서 21∼30세가 279만명(25.3%)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20세 이하가 114만명으로 10.3%였다. 31∼40세 사이 관광객은 227만명(20.6%) 방문해 30대 비중이 20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41∼50세 162만명(14.7%), 51∼60세(12.2%), 61세 이상 111만명(10.1%) 순으로 뒤를 이었다. 이 수치에는 승무원 76만명도 포함돼 있다.
10년 전인 2013년에는 외래 관광객 중 30세 이하 비중이 27.6%에 불과했다. 2016년 32.5%로 처음 30%를 넘은 뒤에는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2019년 34.5%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2021년 20.4%까지 줄었다가 2022년 32.4%로 다시 30%대를 회복했다.
국가별로 보면 일본인 관광객이 가장 많았다. 지난해 방한 1위인 일본 관광객 중 30세 이하 비중은 42.3%에 이른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15.7%포인트나 늘었다. 방한객 2위 중국은 30세 이하 관광객이 38.3%를 차지했고 필리핀은 20.6%로, 10.5%이던 10년 전과 비교하면 10.1%포인트 상승해 거의 2배가 됐다. 이 밖에도 △태국 29.4%→37.7%(8.3%포인트↑) △베트남 28.7%→35.7%(7.0%포인트↑) △인도네시아 25.0%→31.0%(6.0%포인트↑)로 각각 비중이 커졌다.
유럽에서 온 젊은층 관광객도 많아졌다. 지난해 프랑스의 30세 이하 비중은 43.6%로, 10년 전보다 15.0%포인트 증가했다. △영국 20.7%→34.4%(13.7%포인트↑) △독일 20.0%→33.9%(13.9%포인트↑) △네덜란드 18.8%→32.9%(14.1%포인트↑) △이탈리아 11.2%→27.2%(16.0%포인트↑)로 거의 모든 나라에서 관광객 3명 중 1명은 30세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멕시코가 같은 기간 26.0%에서 36.9%(10.9%포인트↑)로 젊은 관광객 비중이 커졌고 미국은 25.8%에서 2.7%포인트 늘어 28.5%가 됐다.
오세아니아도 증가세가 뚜렷하다. 호주는 26.1%에서 35.6%로, 뉴질랜드는 28.5%에서 30.7%로 각각 10년 사이 더 많은 30세 이하 관광객이 한국을 찾았다.
외국인 젊은층이 한국을 방문하는 첫 번째 배경으로는 한류가 꼽힌다. 케이팝 인기에 더해 한국 영화·드라마·뷰티·음식 등이 다방면으로 인기를 얻은 효과란 것이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단순 관광보다 유튜브를 통해 접한 한국 아이돌의 노래와 춤을 배우러 오거나 기생충, 오징어게임 같은 한국 드라마·영화에 나온 음식을 먹어보기 위해 한국을 찾는 외국 젊은이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지난해 10∼12월 한국을 방문한 외국 국적 여행객 4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도 4분기 외래 관광객 조사’에서 꼽힌 한국 여행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1위는 ‘한류 콘텐츠를 접하고 나서’(31.9%)였다. 영화 기생충에 등장한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를 먹어보고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나온 ‘달고나’가 인기를 끌면서 한국 여행까지 관심이 커졌단 것이다. 김현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 기간에 외국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가 여가시간을 채우기 위해 한국 콘텐츠를 많이 소비했다”며 “이것이 방한 관광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 MZ세대 관심을 유지, 확대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새로운 관광 테마상품을 발굴하려 하고 있다. 단체로 움직이기보다 개별 관광이 주를 이루는 만큼 다양한 여행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새로운 상품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많은 관광객이 서울에만 머무는 것은 앞으로 풀 과제로 꼽힌다. 서울 외 다른 지역에서도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확충하는 것이 방문 인원과 체류 기간을 계속해서 늘릴 해법이라고 전문가는 지적했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최근 정부가 외국인 관광 대책 흐름을 ‘질적 관광’으로 전환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서는 외국인 관광객이 서울에 머무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오래 체류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케이팝 행사가 부산, 대구, 광주 등 지역 도시에서도 더 활발해지면 외국 MZ세대가 한국을 구석구석 볼 수 있도록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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