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못 돌려받고 다수 경매에
피해자 최소 200명… 경찰에 고소
전국에서 전세사기 피해가 잇따르는 가운데 다가구주택 비율이 높은 대전에서 300억원대 전세사기 사건이 또 발생했다.
11일 경찰에 따르면 대전 유성구 학하동의 한 다가구주택에 거주하는 임차인 11명은 최근 임대인 임모(55)씨를 사기혐의로 고소했다. 임씨는 대전 유성구와 서구, 중구 등에 다가구주택 8채를 보유하고 있는데, 8채 모두 지난달부터 경매 집행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임씨 소유 다가구주택 대부분은 2022년 지어졌고 피해자들은 그해 여름부터 임씨와 전세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씨의 조카 김모(38)씨가 보유한 다가구주택에서도 전세사기가 의심되는 정황이 포착됐다. 전세계약이 만료됐는데도 보증금을 되돌려받지 못하거나 임차인 모르게 임의경매가 개시된 것이다. 김씨는 주택 10채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중 8채가 경매 집행에 들어간 상태다. 아울러 김씨 지인이 소유한 건물에서도 피해자가 나타나면서 임대인들의 조직적인 전세사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 3명이 대전에 보유한 다가구주택은 현재까지 확인된 것만 22채에 달한다. 피해자는 최소 200명, 피해 규모는 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피해자들이 모인 단체카톡방에는 300명이 참여하고 있다.
김씨 보유 건물 피해자 황모(39)씨는 이날 통화에서 “지난달 중순 건물에 모르는 사람들이 잇따르고, 건물이 임의경매 개시됐다는 말을 듣고서야 전세사기 피해를 인지하게 됐다”며 “평생 모은 2억원으로 지난해 3월 내 집을 마련했다고 좋아했는데 눈앞이 캄캄하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황씨는 “집주인에게 연락하니 ‘보이스피싱 계좌에 연루돼 이자를 잠깐 못 내서 그렇다, 금방 해결하겠다’고 했는데 알아보니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은행 이자는 연체돼 있었다”며 “계획된 전세사기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김씨가 2022년 대전시장 선거에 출마한 한 예비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 청년위원장으로 활동한 이력을 두고 정치권 비호 의혹까지 내비치고 있다. 이들이 특정 부동산중개업자와 결탁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피해 건물 임대차 계약 중 일부가 대전 서구 한 부동산중개사사무소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졌는데 해당 업소는 임의경매가 개시되기 약 세 달 전인 지난해 11월 폐업을 신고, 영업을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대전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에 따르면 대전 지역 전세사기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3300여명, 피해 금액은 3500억원에 달한다. 대책위는 최근 전세사기 피해 사례집을 발간해 국민의힘 소속 현역 의원 113명에게 전달하면서 구제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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