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대체 투자처’ 찾기 나서
페낭에 美 인텔·中 펑스 등 몰려
18개월 동안 수십곳 설립·확장
“삼성·SK, 노후 장비 판매 중단”
미·중 반도체 경쟁이 강화되면서 말레이시아가 수혜를 보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로 반도체 공급망에서 생긴 균열을 메우는 역할을 동남아시아 지역이 맡은 덕분이다.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세계 각국 반도체 회사들은 미국의 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로 대체 투자처를 찾는 ‘차이나 플러스 원’ 정책을 쓰고 있다. 그간 공급망에서 중국이 담당하던 공정을 대신할 지역을 찾는 것인데, 그 결과 말레이시아 북부 페낭주에는 지난 18개월 동안 기업 수십 개가 설립되거나 확장에 나섰다. 페낭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기업 명단에는 중국 기업 펑스(Fengshi)뿐만 아니라 미국의 거대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과 인텔을 비롯해 유럽의 반도체 기업들인 AMS 오스람(AMS Osram), 인피니언도 포함됐다.
FT는 미국이 반도체 기술 및 관련 장비의 대중국 수출 통제를 강화하면서 기업들이 중국으로부터 들여오던 부품을 수입하는 데도 차질을 빚게 됐다고 전했다. 그 결과 중국에 공장을 갖고 있던 회사들이나 중국 회사들이 말레이시아 등으로 생산 기지를 다수 이전했다. 현재 페낭에는 55개 중국 본토 기업이 제조업, 주로 반도체 분야에서 사업을 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FT에 따르면 말레이시아는 반도체 제조 공급망의 초기 단계인 패키징, 조립, 테스트 부문에서 50년의 역사가 있으며, 현재 전 세계에서 이 부문의 13%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나아가서는 웨이퍼 공정이나 직접회로 설계 등 첨단 분야로 진출하려 한다. 페낭 주정부는 지난해에만 128억달러(16조8000억원)의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유치했다.
한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의 대중 수출 통제, 대러 서방제재를 고려해 노후 반도체 장비의 판매를 중단했다고 FT가 이날 보도했다. FT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두 반도체 업체의 이번 조치가 미국의 반발에 대한 우려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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