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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미래 이슈에 응답하라”… 유권자 운동 펼치는 MZ들 [심층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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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3-17 19:37:26 수정 : 2024-03-17 21: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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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세대 ‘역공약 캠페인’

20대 42%·30대 25% 지지정당 미정
기후위기·일자리·주거 등 8가지 의제
역공약집 만들어 지역구 후보들에 제시
“제대로 답변 내놓는 후보에 투표할 것”
후보들도 캠페인 현장 찾아 표심 구애
공약 답변 참여 저조… “청년에 무관심”

4·10 총선이 24일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가 임박해 오면서 무당층 표심도 출렁이고 있다. ‘한강벨트’, ‘반도체벨트’, ‘낙동강벨트’ 등 격전지에서 여야 후보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하는 만큼, ‘캐스팅보터’ 20·30세대 표심을 잡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광장에서 지난 15일 진행된 ‘역공약 캠페인’에 참여하기 위해 시민들이 줄을 서고 있다. 이날 캠페인은 국민의힘 분당갑 후보인 안철수 의원 사무실과 더불어민주당 분당갑 후보인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 사무실을 양측에 두고 진행됐다. 성남=김나현 기자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국갤럽이 지난 12∼14일 진행한 정당 지지율 조사(전화면접,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무당층은 17%로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달 3주차 조사 당시 24%를 기록했던 무당층은 20%(2월4주차)→19%(2월5주차)→19%(3월1주차)→17%(3월2주차)로 꾸준히 줄고 있다.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마음을 정하지 못했던 유권자들이 확정된 후보자 면면과 공약을 살피며 특정 정당 지지를 굳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당층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이들은 20·30세대다. 같은 조사에서 20대의 10명 중 4명(42%), 30대의 4명 중 1명(25%)이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였다. 무당층은 지지 정당에 대한 변화 가능성이 큰 만큼, 20·30 유권자 사이에선 “청년·미래 이슈에 제대로 답하는 후보자에게 표를 주겠다”며 후보들에게 자신들이 선정한 의제를 공약으로 채택하라는 ‘역(逆)공약 캠페인’도 펼치고 있다.

 

서울 강동구 상일동에서 지난 14일 진행된 ‘역공약 캠페인’ 현장에 더불어민주당 강동갑 후보로 출마한 진선미 의원(강동갑)이 찾아와 20·30 유권자들이 던진 역공약 질문 리스트를 확인하고 있다. 최상수 기자
서울 강동구 상일동에서 지난 14일 비영리 정치스타트업 ‘뉴웨이즈’가 주관한 ‘역공약 캠페인’에 참여한 20·30 세대 유권자들이 후보들에게 직접 묻고 싶은 공약을 고르고 있다. 최상수 기자

◆“청년·미래 이슈에 답하라” 역공약

 

“터무니없는 공약 말고, 주거 문제에 제대로 답하는 후보를 뽑겠다.”

 

지난 15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역 인근에서 열린 역공약 캠페인에 참여한 분당 직장인 김지현(32)씨가 이렇게 말했다. 비영리 정치스타트업 ‘뉴웨이즈’가 주관한 역공약 캠페인은 20·30 유권자 1000명이 가장 중요하게 꼽은 8가지 의제를 중심으로 ‘역공약집’을 만들고, 각 지역구 후보에게 청년들이 역으로 제시한 공약들을 지킬 것인지 응답을 요구하는 운동이다. 점심시간을 맞이해 거리에 나선 젊은 직장인과 시민들이 하나둘 ‘역공약 무료 커피차’를 찾았다.

 

당일 캠페인에 참여한 시민들은 ‘기후위기·인구절벽(저출생)·일자리·지역불균형·주거안정성’ 5가지 역공약이 적힌 커피 홀더 중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문제를 골랐다. 커피를 기다리는 동안에는 뉴웨이즈 온라인 플랫폼에서 자신의 지역구 후보에게 역공약에 대한 답변을 요청하는 메일 전송 버튼을 눌렀다. 후보자들의 답변은 온라인 공간에 차곡히 모여 투표 전 유권자들이 언제든 확인할 수 있는 식이었다.

 

서울 강동구 상일동에서 지난 14일 비영리 정치스타트업 ‘뉴웨이즈’가 주관한 ‘역공약 캠페인’에 참여한 20·30 세대 유권자들이 후보들에게 직접 묻고 싶은 공약을 고르고 있다. 최상수 기자
20·30 유권자들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할 문제로 꼽은 역공약이 적힌 커피 홀더. 뉴웨이즈 제공.

국회의원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온라인 중심의 정치 참여 방식에 20·30 유권자들의 호응도가 높았다. 경기 성남시 판교역 인근에 거주하는 김수진(28)씨는 “청년 일자리 문제가 심각해서 참여했다”며 “판교는 IT(정보기술) 산업이 중심이긴 하지만, 다른 분야 일자리도 살피고 실현 가능성이 있는 답변을 내놓는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김태현(26)씨도 “청년 실업자가 늘었다는 뉴스가 자주 보인다. 기업 중심을 넘어서서 다양해진 일자리에 걸맞은 지원책을 듣고 싶다”고 답했다. 분당 주민 윤모(24)씨와 송모(24)씨는 “인구절벽이 국방·안보와도 연결되는 중요한 문제라 골랐다”고 입을 모았다.

 

주거 문제도 청년들의 최대 화두였다. 인근 직장인 남미화(38)씨는 “집값이 너무 비싸서 이번 생에 집을 살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국회의원들이 싸우고만 있다”며 “방금 관악구 후보들에게 역공약 메일을 보냈는데, 답변을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김지현(32)씨도 “최근에 전세 사기를 당할 뻔했다”며 “앞으로도 주거 안정성에 도움 주는 후보를 뽑을 것”이라고 답했다.

 

◆“역공약 참여율 1% 불과”

 

연일 치열한 접전이 펼쳐지고 있는 격전지 후보들은 20·30 표심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서울 여의도와 강서구, 인천 계양, 경기 성남 분당 등지에서 차례로 진행된 역공약 캠페인 현장에는 해당 지역에 출마한 예비후보자들이 찾아와 청년 표심 구애 작전을 펼치기도 했다.

 

야탑역 역공약 캠페인 현장에는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예비후보(분당갑)와 개혁신당 류호정 예비후보(분당갑)가 찾아왔다. 지난 14일 서울 강동구 상일동에서 진행된 역공약 캠페인에도 강동갑 현역 의원인 민주당 진선미 예비후보가 방문했고, 서울 여의도에서 지난 12일 진행된 캠페인에는 녹색정의당 김찬휘 공동대표와 김혜미 예비후보(서울 마포갑)가 찾아와 역공약에 답했다.

 

이 후보는 현장에서 20·30 유권자를 향해 “정치인들이 똑바로 하지 않으면 여러분의 일자리는 점점 사라지고, 기후는 점점 더 나빠질 것”이라며 “20·30 젊은 유권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줬으면 좋겠다. 역공약을 꼭 지키겠다”고 말했다. 류 후보도 “정치인이 먼저 째깍째깍 준비해서 유권자에게 역조공했어야 했다”며 “기한 엄수해서 (역공약에) 답변하겠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예비후보(분당갑) 측도 “예정된 일정으로 현장에는 못 갔지만, 20·30 유권자가 보내 준 역공약에 꼭 답하겠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20·30 유권자들이 꼽은 ‘기후위기·저출생·일자리·지역불균형·주거안정성·다양성·여성·장애’ 등 8가지 의제에 대한 역공약 질문에 온라인 답변을 보낸 후보는 많지 않았다. 17일 기준 총선 예비후보자 814명 중 8명(1%)에 불과했다. 개혁신당 3명(류호정·이경선·정희윤), 민주당 2명(이재관·진선미), 녹색정의당 2명(김혜미·장혜영), 국민의힘 1명(홍인정)의 예비후보자가 응답했다. 이 중 녹색정의당 김혜미(서울 마포갑), 장혜영(서울 마포을) 및 개혁신당 류호정(경기 분당갑), 이경선(서울 서대문갑) 예비후보 4명만이 구체적인 공약 이행 계획까지 밝혔다.

 

국회의원들이 입만 열면 ‘청년이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실상은 ‘정치가 청년에 무관심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박혜민 뉴웨이즈 대표는 “청년들은 선심성 정책에 반응하는 세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역공약 캠페인으로 유권자가 ‘이런 가치와 메시지를 사겠다’고 먼저 제시를 한 것이고, 그에 대한 약속을 받겠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20·30 유권자들이 관심 의제를 중심으로 결집하는 흐름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양당 공천 과정에서 젊은 정치인들이 대부분 떨어졌고, 여야 모두 청년 표심을 잡으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며 “20·30세대가 기후위기, 국민연금 등 청년 의제를 중심으로 자연스럽고 강하게 뭉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분석했다.


김나현 기자 lapiz@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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