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목재 소재로 中 전통 양식 잘 간직해
정원 거닐며 작은 연못·돌다리·정자 둘러봐
간단한 식사 마치고 찾은 보물 언덕 예술 마을
다양한 작품들로 예술가들 주거지 변화 눈길
아침 식당 분위기는 차분하다. 어울리지 않을 듯한 화려한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음식들이 담긴 테이블 중앙을 화려하게 비추고 따스한 빛의 조명들이 겨울 쓸쓸함을 덮는다. 지하 1층에 위치한 식당은 높은 천장과 유리창에 보이는 지상의 빛깔로 답답함을 덜어낸다. 여유롭게 식사를 마치고 타이베이 거리로 나선다. 겨울 공기가 충만하다. 문화와 예술을 탐험하기 위해 두 곳을 방문하기로 하고 먼저 린 가문 저택과 정원을 가보기로 한다.

마침 호텔 앞에 서 있는 택시를 타고 지도를 보여주며 목적지를 말한다. 잘 들리지 않는 중국어 발음이지만 기사가 가리키는 손가락 끝을 보니 원하는 장소가 맞다. 고개를 끄덕이고 등을 기대어 창밖을 구경한다. 아침 타이베이는 조용하고 차분하다. 출근시간이 지나서인지 금방 도착했다. 택시에서 내려 입구를 향하여 걷는다. 사람들이 모여 있어 입구인 줄 알았는데 아니다. 시장이다. 담벼락을 따라 잘못 들어선 모양이다. 덕분에 시장과 사람 구경을 한다. 낯선 채소와 음식들이 궁금하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하다. 다시 반대방향으로 걸어 나와 입구를 찾아 들어선다. 학생들이 현장 학습을 왔나 보다. 학부모처럼 보이는 어른들과 선생들, 그리고 학생들이 순서를 기다리며 유적지 앞에서 개별적으로 발표한다. 무엇인가를 기록하는 선생들과 기특하게 지켜보는 부모들, 긴장한 듯 지켜보며 함께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박수 쳐주는 친구들 모습을 보니 인상적이다. 어린 학생들의 역사 교육 현장에서 함께 둘러보는 경험 또한 새롭다.
린 가문 저택과 정원은 타이베이 중심부에 위치한다. 18세기 말부터 19세기 초까지 존재했던 중국에서 유명한 린 가문의 중요한 거처 중 하나였단다. 한국어 안내서에는 ‘임본원 저택’이라 설명되어진 이곳은 주로 목재 소재로 중국 전통 건축 양식과 정원을 간직한다. 그 중요성과 아름다움을 감안할 때, ‘타이베이의 궁전’으로 불리기도 한다고 한다. 그러기에는 소박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저택 내부에 전시된 전통적인 중국식 가구와 장식품을 보면 고대 중국식 생활양식을 엿볼 수 있다. 이 가문의 부귀와 권력, 역사에 따른 변화도 담겨있다. 방문하고 있는 학생들처럼 이 장소의 의미가 크게 와 닿지 않더라도 고증과 전통이 만나는 아름다움과 역사적인 중요성은 어슴푸레 다가온다. 정원을 거닐며 작은 연못, 돌다리, 정자를 둘러본다. 건물 안에 자연을 담은 세상에서 시간을 되짚는다.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지도를 펴든다. 다양한 음식점과 길거리 음식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타이베이는 맛있는 음식으로 유명한 도시이다. 여행자들에게 음식부터 디저트까지 다양한 경험을 안겨 준다. 간단한 식사를 먼저 하기로 하고 식당에 들어선다. 접이식 메뉴판에는 글을 읽지 못하더라도 주문이 어렵지 않도록 사진이 있다. 새우 덮밥과 샤오롱바오를 주문한다. 신선한 해산물과 향신료로 양념한 새우가 밥 위에 포슬하게 올려져 나온다. 고소하고 매콤한 맛이 짜릿함을 전한다. 중국 전통적 딤섬을 빼놓으면 섭섭할 듯하여 주문한 샤오롱바오를 조심스레 베어 문다. 얇은 밀가루로 만든 피에서 흘러나온 국물을 삼키고 신선한 고기를 감싸 먹는다. 소소한 행복이다.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다음 목적지인 보물 언덕 예술 마을로 향한다. 한국어 안내서에는 ‘보장암’이란다. 이곳은 전통적인 도시계획과 현대적인 예술이 만난 곳이다. 예술가들이 오래된 주거 지역에 모여들어 벽화, 조각, 설치 예술 등 다양한 예술 작품들로 새롭게 변형시킨 곳이다. 이곳을 거닐며 예술가들의 창의성과 타이베이 다양성을 경험한다. 좁은 언덕길을 오르고 내리며 예술가들 손길로 바뀐 공간, 구석구석 숨 쉬는 새로운 생명력, 마을은 예술, 문화, 환경 보호의 융합체로서, 과거의 역사를 품고 현대적인 장소로 문화를 품은 장소로 변화했다.



겨울이라 그러한지 예술가들이 공동체로서 함께 살고 창작하는 공간은 문이 닫힌 곳도 더러 보이지만 작업하고 있는 공간들이 많다. 작은 대문을 밀고 들어서 기웃거려 본다. 다양한 예술 활동과 전시가 열리는 장소들이다. 거리를 따라 걸으며 만나는 작품들은 마을 전체 분위기를 즐기기에 흥미롭고 창의적이다. 지속 가능한 문화와 예술 활동의 중요성! 환경 보존과 발전을 위한 노력은 꾸준하여야 하기에 응원을 보낸다.
박윤정 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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