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땐 영업권 제한·과잉감독 지적도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손실 사태를 계기로 은행에서 이 같은 고위험 상품을 판매해야 하는지를 두고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은행을 찾는 고객 대부분은 ‘원금 보장’을 원하는 만큼 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품을 팔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면 금융상품 판매에 따른 은행의 ‘수수료 수익’을 막으면 결국 주택담보대출 등을 중심으로 하는 ‘이자 장사’를 부추기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김남주 위원장은 20일 “은행들은 일반 창구가 아닌 PB센터에서 팔았다고 하나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은행은 원금을 지켜 주는 곳이라 믿기 때문에 똑같다”며 “은행원들도 고위험 상품에 대해 잘 모르고 판매하니 이런 피해가 반복된다”고 꼬집었다.
금융 당국은 은행의 고위험 상품 판매 제한을 비롯한 내부 통제 강화, 금융소비자보호법상 미비점 보완, 불완전판매 근절을 위한 판매 프로세스 강화 등을 제도 개선안을 준비 중이다. 은행의 거점 점포나 자산관리(WM) 특화 지점 등에서만 ELS를 비롯한 고난도 상품의 판매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어디서 팔든 은행이 그 실적을 성과지표(KPI)에 반영하면 결과는 똑같다”며 “원금 손실이 나는 상품은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에서 판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은 시중은행이 상품에 대한 신용평가를 철저하게 한 상태에서 비대면으로만 제한적으로 ELS 등의 상품을 판다”며 “우리나라는 수요자도, 판매자도 (비대면 판매) 준비가 안 돼 있다”고 지적했다.

고위험 상품의 일괄적 판매 금지가 은행의 영업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금융 당국의 과도한 개입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ELS 상품구조 자체는 문제가 없고 20년 넘게 판매되며 수익을 누린 소비자도 많다”면서 “다만 판매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됐다면 내부 통제와 직원 교육을 통해 개선해야지, 무조건 금지하면 결국 은행은 이자 장사만 하라는 얘기”라고 토로했다.
유혜미 한양대 금융경제학부 교수는 “당국이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줄 수는 있지만 일선에서 판매하고 투자하는 것은 (금융사와 소비자가) 각자 책임 아래 하는 것”이라며 “손실을 얼마나 많은 사람이 보느냐에 따라 정부가 개입을 결정하는 것은 경제논리에 벗어날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은행의 판매를 무조건 막기보다 은행에서도 이런 고위험 상품을 판다는 사실을 인지시켜 주고, 무엇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서 금융소비자가 제대로 알고 판단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