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 위기 벗어나자 증자금 횡령
3년간 상폐 기업 37곳 불법행위
당국, 조기 퇴출 위한 절차도 개선
올들어 관리종목 23개 신규 지정
금융감독원이 상장폐지를 피하기 위해 가장납입, 분식회계 등 불공정 거래로 연명하는 ‘좀비 기업’을 연중 집중 조사한다. 이들 기업이 제때 상폐되지 못하면 투자자 피해를 키우고 국내 주식시장의 신뢰를 낮춰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 현상)의 한 원인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금감원은 최근 상폐 회피를 위해 가장납입성 유상증자를 한 A사와 회계분식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B사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한 무자본 인수·합병(M&A) 세력은 인수 대상 A사가 자기자본 50% 이상의 대규모 손실로 상폐 위기에 처하자 연말 거액의 유상증자를 했다. 이에 힘입어 A사가 상폐 위기를 벗어나자 증자대금을 횡령하고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차명 보유 중이었던 A사 주식을 대량 매도해 부당이득을 챙겼다.
대규모 손실로 상폐 요인이 발생한 B사는 자산을 과대 계상해 상폐 요건을 탈피했다. 이후 대주주는 보유 주식을 파는 등 부당이득을 편취했다. B사는 분식재무제표를 사용해 수년간 1000억원대 자금을 조달해 차입금 상환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실적 악화 등으로 상폐된 기업은 44개사로 이 중 37개사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불공정 거래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15개사는 조사가 완료돼 증권선물위원회 의견 등을 통해 조치됐는데, 부당이득 규모만 1694억원에 달했다.
금감원은 올해 상폐 회피 목적으로 불공정 거래를 자행하는 등의 혐의 발견 시 즉시 조사에 들어가고 유사사례 추가 확인을 위해 상장사의 재무·공시자료 및 제보 내용을 면밀 분석하기로 했다. 유사사례는 금융위원회, 한국거래소와 적극 공유할 방침이다. 기업 상장과정에서도 분식회계, 이면계약 등 부정한 수단을 쓴 혐의가 있는 기업이 있다면 조사 또는 감리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좀비 기업이 빠르게 퇴출될 수 있도록 절차 개선에도 나서고 있다. 코스피 종목은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절차에 소요되는 기간을 2년으로 줄이고 코스닥 상장사를 대상으로는 기존 3심제를 2심제로 줄이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지난달 28일 “일정 기준에 미달하면 거래소 퇴출이 적극 일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23개 종목에서 상폐 사유가 발생해 새롭게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완전 자본잠식으로 거래가 정지된 태영건설 관련주를 비롯한 카나리아바이오, 제넨바이오, 코맥스 등이다. 현재 총 83개 기업이 관리종목으로 지정돼 있다. 장기 영업손실과 내부 회계관리제도 비적정 등으로 투자주의환기종목으로 지정된 기업도 올해 21곳이 추가돼 61곳으로 늘었다. 12월 결산법인의 감사보고서 제출 마감시한이 도래하면서 이달 들어 투자유의 종목이 대거 추가되고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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