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국가 중 전면 불가는 우리나라 유일
권익위, 국민 의견 수렴해 기초정책 자료로
헌법재판소에 다섯 차례나 청구된 해묵은 주제가 있다. 바로 이륜차의 자동차전용도로나 고속도로 통행 문제다. 이륜차 통행을 금지하는 현행 법률이 통행의 자유와 평등권 등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이 청구될 때마다 헌재는 합헌 결정으로 답했다. 가장 마지막인 2020년에는 이미 여러 차례 헌재 합헌 결정 선례가 있고, 사고 발생 가능성과 위험성을 고려했을 때 법률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한다고 볼 수 없다며 청구를 기각하기도 했다.
이륜차의 통행 문제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5일부터 한 달간 이륜차의 자동차전용도로 통행 허용을 놓고 국민 의견을 수렴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권익위는 온라인 설문 창구를 통해 여론을 모아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권익위 설문에 응답한 인원은 2043명이다. 자동차전용도로 통행 허용에 찬성하는 이들이 입 모아 말한 것은 형평성 문제였다. 자동차관리법 제3조에 따르면 이륜차 역시 자동차다. 따라서 취·등록세와 자동차세를 납부하고 자동차보험도 의무로 가입해야 하는데, 목적지까지 더 빨리 갈 수 있는 자동차전용도로를 이용하지 못하는 것은 차별이라는 것이다.
과거 이륜차 이용자 커뮤니티에서는 자동차전용도로로 30분가량이면 가는 길을 3시간가량 걸리는 경로로 우회해 가야 하는 상황을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직선 경로인 자동차전용도로가 아닌 구불구불한 국도로 돌아가느라 거리가 약 100㎞ 늘어나는 것이다. 동호인들이 자주 찾는 일부 지역에서는 이륜차들이 자동차전용도로를 피하느라 마을로 들어와 소음공해에 시달린다는 민원도 제기된다.
통행금지의 안전상 효과가 크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교통사고는 주행 속도보다는 교차로 개수와 관련이 있는데, 오히려 자동차전용도로에서 사고가 날 확률이 낮아질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반대하는 입장은 일부 이륜차의 난폭 운전에 반감을 드러냈다. 이륜차가 본인은 물론 다른 운전자의 안전까지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교통사고 발생 시 구조적 특성으로 치사율이 높다는 점 역시 문제로 꼽았다.
현행 도로교통법 63조는 긴급자동차를 제외한 이륜자동차는 고속도로 등으로 다닐 수 없도록 규정했다. 같은 법 154조는 이를 위반하면 3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에 처하게 했다. 헌재는 이륜차의 고속도로 등 통행을 금지하는 법이 합헌이라고 결정하면서도, 안전한 교통문화 정착과 인식 개선을 조건으로 전면적·일률적 금지는 입법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보충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이륜차의 자동차전용도로 통행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국가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전면 금지하고 있던 대만은 배기량이 일정 수준 이상인 이륜차의 통행은 허가하는 식으로 법률을 개정하기도 했다.
권익위는 이륜차의 자동차전용도로 통행 허용 민원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만큼 이륜자동차 운전자의 행태, 자동차전용도로 통행 허용 등에 대한 국민 인식을 확인하고 그 결과를 제도 개선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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