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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의대생들 “尹 대국민 담화, 앵무새쇼… 만우절 이벤트냐” [오늘의 정책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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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4-01 16:52:56 수정 : 2024-04-01 16:5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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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대통령 담화에 의료계 평가절하 분위기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전공의 집단행동과 관련해 발표한 담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존 입장 반복이라 아쉽다”고 평가절하했고, 의료계는 “오히려 전공의 처벌을 예고하는 등 협박을 구체화했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특히 병원과 학교를 각각 떠난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커뮤니티 등에서 “입장이 전혀 달라지지 않은 ‘앵무새쇼’”라고 비판했다.

 

1일 서울 한 대학병원에 윤석열 대통령의 '의대 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 생중계가 나오고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하는 의료계를 향해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이재문 기자

오주환 서울대 의대 교수는 “50분짜리 담화를 예고해 상당히 파격적인 내용을 예상하고 실시간으로 지켜봤는데 이전까지 알려진 대통령 생각을 다시 한번 발표하고 새로운 내용이 거의 없어 놀랐다”며 “이런 반복을 보면 국민이 어떨까 걱정된다”고 밝혔다. 심지어 2000명 증원을 지지하는 국민들에게도 점수를 까먹는 담화가 될 것이라면서 “담화 내용이 과거 자기 확신의 연속선상에서 발표돼 너무 아쉽다”고 평가절하했다. 오 교수는 구체적으로 “윤 대통령이 건설현장의 ‘건폭’이나 사교육 카르텔과의 싸움에서 성공에 대한 자기 확신이 너무 세다”며 “의료계 문제를 소수 비리 문제로 바라보면서 원하는 결과가 안 나오는 데 대해 잘못 진단한 부분을 수정할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의대 증원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의료계는 ‘대통령이 거짓말을 했다’거나 ‘복지부 입장 그대로인 담화를 왜 발표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당선인은 “‘입장이 없음’이 공식 입장”이라며 “그 이유조차 말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논평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의협 회장 선거에서 임 당선인과 경쟁한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는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라면서 “예상했던 대로라 제대로 안 들었다”고 비꼬았다.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통령은 유화책을 발표하지 않았고, 오히려 전공의들에 대한 처벌을 예고했다. 협박을 구체화한 것”이라며 “대통령은 예상했던 대로 물러섬이 없다. 그런데 그는 또 거짓 주장을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편향된 정보의 제공, 그것이 권력의 횡포”라며 “당신의 말씀대로 의료를 살리기 위해 의사들의 면허를 정지해야 하고 그 때문에 의료가 마비된다면 당신이 말하는 정치가 잘못된 것이다. 온 국민이 알고, 당신만이 그것을 모르고 있을 뿐”이라고 적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의료개혁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전공의와 의대생들도 의사 커뮤니티에서 담화에 대한 비판을 주고받았다.

 

‘아무 내용도 없었다’, ‘2000명 고집 좀 낮추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었는데 아무것도 없다. 담화 뭐하러 한 것이냐’, ‘의새들 열 뻗치게 하는 게 목적이면 성공, 만우절 이벤트면 실패’, ‘내용도 모르고 간신들 써놓은 것 읽은 것’, ‘오늘 담화는 통보. 나 불통이요 자백한 것’ 등 대부분 비난과 비판이었다. 다만 “담화 후반부에 교묘하게 ‘협상 좀 해달라’는 뉘앙스가 강하게 풍긴다. 이걸 대통령이 직접 얘기한 건 처음이긴 하다”는 긍정적 반응도 있었다.

 

의사들 단톡방에서도 대통령 담화는 화제가 됐다. ‘똑같은 얘기 또 할거면서 왜 담화형식으로 한시간이나....진짜 불통 이미지만 각인시키는 거 같다’거나 ‘괜히 증원을 총선 뒤로 미룬다 이럴까 걱정됐는데 자살골을 계속 넣어주네’, ‘고민해서 나온 게 대국민 담화 앵무새라는 게 처참하다’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고 한다. 

 

김성근 의협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이 1일 서울 용산구 의사협회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대국민 담화를 통해 밝힌 2천명 의대 증원의 필요성과 의료개혁 완수 의지를 피력한 것과 관련해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병원 노동자들과 환자 단체는 한치도 물러서지 않으려는 의·정의 태도를 지적하며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세브란스병원과 고려대의료원 등 서울지역 전공의 수련병원 19곳의 노조 대표자들은 이날 세브란스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의료개혁을 하겠다고 하면서 2000명이라는 숫자에만 집착하며 공공의대와 공공의료 확충 등 근본적 의료개혁 논의는 뒷전”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언제 끝날지 모를 의사와 정부 간 무한갈등, 무한대치로 인해 병원 노동자들은 환자안전과 고용안정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며 “의사들은 명분 없는 집단 진료거부를 중단하고, 정부는 의사, 정부, 여당, 환자, 병원노동자, 시민대표까지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협의체 ‘국민참여 공론화위원회’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회장은 “의대 정원 관련해 추호도 양보할 수 없다는 식의 대화 전제로는 어떤 논의도 시작할 수 없다”며 “지난 한 달 반을 공허한 메아리로 시간만 낭비했는데, 환자들의 애타는 모습은 보이지 않냐”고 호소했다. 김 회장은 “정부와 의사들의 입장을 이해해달라는 납들할 수 없는 의견을 멈춰달라”면서 “의료계는 환자 곁으로 돌아오고 정부는 해결책을 제시하라”고 강조했다.


정재영·이정우·이지민·조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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