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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전쟁과 6·25 참전한 美 노병, 102세 일기로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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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4-03 23:00:00 수정 : 2024-04-03 22:4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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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만 공습에서 살아남아 일본 응징
바이든, "미국은 영웅을 잃었다" 애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하와이 진주만 공습에서 살아남아 이후 전쟁을 미군의 승리로 이끈 노병(老兵)이 별세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영웅을 잃었다”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

 

1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루 콘터 예비역 해군 소령이 이날 캘리포니아주(州)의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102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유족은 정확한 사인을 공개하지 않았는데, 고령으로 인한 숙환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016년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일본군의 진주만 공습 75주년 추모 행사에 참석한 루 콘터 예비역 해군 소령(왼쪽)의 모습. 미 해군 전함 애리조나호 승조원이었던 그는 당시 부상한 동료들의 구조 및 이송에 앞장섰다. AP연합뉴스

고인은 1921년 9월 위스콘신주에서 태어났다.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직후인 1939년 11월 미 해군에 병사로 자원 입대했다. 당시 미국은 2차대전에 휘말리지 않은 상태였으나, 많은 이들이 ‘미국도 결국 전쟁에 참전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1941년 12월7일 고인은 미 해군 전함 애리조나호의 군수 담당 승조원이었다. 그리고 애리조나호는 미 태평양함대 사령부가 있던 하와이 진주만 기지에 정박 중이었다. 그날 아침 일본군은 항공모함에서 출격한 수많은 전투기 및 폭격기로 진주만 기지를 공격했다. 일본군의 폭탄 세례를 받은 애리조나호는 순식간에 침몰했다. 전체 승조원 가운데 1177명이 전사했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고인은 생존자 구출과 이송에 앞장섰다. 당일 애리조나호에 타고 있던 승조원 가운데 가장 오래 살아남은 이가 바로 고인이다.

 

진주만 공습은 고인의 인생 항로를 바꿨다. 그때까지만 해도 ‘미국인으로서 당연히 병역 의무를 이행해야지’라고만 생각했던 고인은 일본 응징을 위한 전투 임무를 자청했다. 해군 전투기 조종사 훈련을 받고 소위로 임관하면서 파일럿이 되었다. 태평양 전선에서 일본군과의 교전 도중 그가 몰던 전투기가 두 차례나 격추되는 위험을 겪으면서도 끝내 살아남았다. 고인은 2차대전 종전 5년 후인 1950년 한반도에서 북한의 기습남침으로 6·25전쟁이 발발했을 때에도 참전했다. 다만 비밀스러운 정보 수집 임무를 담당했기에 6·25전쟁 당시 고인의 활약상에 관해선 알려진 것이 별로 없다.

2014년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일본군의 진주만 공습 73주년 추모 행사에 참석한 루 콘터 예비역 해군 소령이 당시 전사한 미 해군 전함 애리조나호 승조원 1177명 이름이 새겨진 추모비를 향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제공

눈길을 끄는 건 고인이 미군의 1세대 SERE 장교였다는 점이다. SERE란 생존(Survive), 도피(Evade), 저항(Resist), 탈출(Escape)이라는 영어 단어들 앞글자를 모아 만든 용어다. 조종사가 적군과의 교전 도중 적탄에 맞아 추락 또는 불시착을 하게 되었을 경우 오지에서 살아남아 적의 추격을 피해 달아날 수 있도록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뜻한다. 행여 포로로 붙잡혔을 때 적군의 고문을 이겨내는 요령 등도 포함돼 있다. 고인은 미군 최초의 SERE 장교를 맡아 공중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장병들을 훈련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고인의 별세에 애도의 뜻을 표했다. 2일 백악관에 따르면 그는 본인 명의로 낸 애도 성명에서 “고인은 거의 100살이 될 때까지 진주만에서 매년 열린 추모식에 참석했다”며 “동료 미국인들의 안전을 위해 자신의 안전을 희생한 애국자”라고 칭송했다. 이어 “미국은 영웅을 잃었다”며 “오늘날 고인의 뒤를 이어 미국을 지키는 모든 남녀 장병들에게 고마움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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