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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안보’ 강조했는데…韓 정부, 日 ‘라인’ 사태 후방지원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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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4-28 13:10:55 수정 : 2024-04-28 13: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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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13년간 키운 메신저 ‘라인(LINE)’의 지분 매각을 일본 정부가 압박하면서 외교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까지 보이는 가운데, 한국 정부의 후방지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개인정보 유출 → 보안대책 요구 → 경영권 압박

 

이번 사태는 약 5개월 전인 지난해 11월 네이버 클라우드 해킹 사건에서 촉발됐다. 라인야후가 라인 앱 이용자, 거래처, 네이버 직원 등의 개인정보 51만건이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는데, 현재 라인야후 서버는 네이버 클라우드를 통해 관리된다.

 

일본 총무성은 라인야후가 시스템 업무를 위탁한 네이버에 과도하게 의존해 사이버 보안 대책이 충분하지 않다며 행정지도를 내렸다. 라인야후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보고서’를 제출한 뒤에도 총무성은 두 번째 행정지도를 내리고, ‘네이버의 지분 매각’을 요구하며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일본 언론에서도 총무성이 두 차례나 행정지도를 내린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다.

 

정부 압박으로 소프트뱅크가 라인 지분 인수 협상에 나서면서 라인 사태는 보안 대책 마련이 아닌 ‘경영권 뺏기’로 초점이 바뀌었다. ‘일본 국민 메신저’ 라인의 경영권이 일본에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2011년 6월 일본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라인은 월 1회 이상 이용자가 9600만명에 달하며, 전세계 이용자는 2억명 수준이다.

 

지난 25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소프트뱅크가 네이버로부터 라인야후의 중간 지주회사인 에이홀딩스 주식을 조금이라도 취득해 출자 비율이 높아지면 향후 경영 주도권을 쥘 수 있다. 통신은 “라인야후의 근본적 개혁을 위해서는 약간의 주식 취득만으로는 불충분해 일정 비율의 주식을 매입하려 한다”며 “소프트뱅크는 다음 달 9일 결산 발표를 분기점 삼아 협의를 서두르고 있다”고 전했다. 

 

라인야후 주식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설립한 합작법인 에이홀딩스가 약 65%를 보유하고 있다. 소프트뱅크와 네이버는 에이홀딩스에 각각 50%씩 출자하고 있어 두 회사가 실질적인 모회사다. 소프트뱅크가 네이버로부터 주식을 인수해 독자적인 대주주가 되면 네이버는 라인의 경영권을 잃게 된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대표

◆‘라인 사태’는 예견된 위기? 기회만 엿본 日

 

업계에선 이번 사태가 갑작스럽지만은 않다는 분위기다. 한국 기업이 일본에서 메신저 플랫폼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에 일본 정부의 반감이 있었고, 라인을 네이버와 공동경영 중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대표 역시 라인 흡수를 장기간 눈독 들여 왔다는 것이다.

 

손 대표는 인구 1억2000명의 일본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기업을 활용해왔다. 1996년 미국 야후와 공동출자해 야후재팬을 설립한 소프트뱅크는 단계적으로 지배권을 확보해 야후의 검색사업을 손에 넣었다. 현재 야후재팬은 야후 글로벌서비스와 완전히 분리돼 있다. 

 

한국기업과 합자회사를 설립했다가도 파트너 관계를 철회한 일이 있다. 2001년엔 엔씨소프트, 2004년엔 넷마블(당시 CJ인터넷)과 일본에서 합작사를 설립하고 몇년 뒤 일방적으로 지분을 줄인 뒤 결국 파트너십을 청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손 대표의 경영 스타일을 간과하고 네이버는 일본 내 사업 시너지와 라인의 독립성을 위해 라인 지배력을 줄여왔고, 결과적으로 자충수가 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런 상황에서 터진 개인정보 유출 건이 결정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경영학)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소프트뱅크는 몇 년 전부터 일본 라인을 완전히 흡수하는 작업을 진행했고, 이미 네이버는 경영 주도권을 조금씩 빼앗기고 있던 상황이었다”며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일본 정부와 함께 네이버 뒤통수를 친 만큼 한국 정부가 직접 나서 개입하지 않는 이상 네이버가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측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낼 단계는 아니라고 보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경제안보’ 강조한 정부, 사태 해결 나설까

 

일본에서 정부가 압박에 나선 만큼 우리 쪽도 정부 차원 대응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정권에서 강조해 온 경제안보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어 사태의 향방이 더욱 주목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자민당 내에서 ‘라인야후의 경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며 “라인야후의 정보관리 허술함은 경제안보상의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기업 간 문제를 넘어 외교·통상 문제로 확대되는 분위기에 우리 정부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정부는 “우리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치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확고한 입장 아래 네이버 및 일본과의 소통을 강구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구체적인 설명은 아낀 채 “이번 건과 관련해 네이버 측 대응을 확인하는 것이 먼저”라며 필요시 논의를 해 나간다는 방침을 전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네이버가 지분 매각에 응하지 않겠다는 방침이 확고한 경우, 통상 문제로 갈 가능성이 있다”며 “그 경우 과학기술정통부와 외교부, 산업자원부 등 정부 차원에서 공동 대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와 과기부 등 정부 당국자에 따르면 아직 네이버 측이 정부의 중재나 도움을 요청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네이버 내부에서 대응과 관련된 의사결정이 마무리되기 전인 것으로 보인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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