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권역 구분돼 정책 혜택 소외
시민 10명 중 7명 “편입에 찬성”
서울 출퇴근 인구 비율 22% 달해
기후동행카드 통용 등 협약 확대
한강의 경쟁력 강화 등 집중 부각
경기 분도론에서 촉발된 김포·서울 통합 논의가 재점화되는 모양새다. 4·10 총선이 지나면서 이번 이슈는 시민 여론에만 온전히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더불어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립의 타임스케줄에 맞춰서도 자연스럽게 전개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때 주춤하기도 했다. 집권 여당이 당론으로 채택하며 속도를 냈지만 관련 특별법이 발표 2개월여 만에 사실상 중단됐다. 첫 관문인 주민투표도 행정안전부와 협의조차 끝내지 못해 실시되지 않았다. 당시 정치적 거품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김포시는 서울과의 통합 발걸음을 멈춘 적이 없다고 단언한다. 교통 분야를 마중물로 삼아 행정적으로도 꾸준히 머리를 맞대고 있다. 공동연구반이 그 역할을 담당 중이다. 각각 국장급 인사를 반장으로 내세워 김포의 서울 편입 효과와 영향 등을 심층 분석하는 헤드쿼터다. 지난해 11월6일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병수 김포시장의 공식 만남을 통해 꾸려졌다. 2주 뒤 공식 테이블이 마련됐고, 2·3차 회의를 거치며 상생비전과 각종 위임사무 변화 및 재정적 변화 등 전반의 연구 필요성에 공감했다.
양측은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이전보다 건강한 방향으로 시민 중심의 화합을 이룰 수 있다는 기대와 의지를 내비친다. 김병수 김포시장은 “민선8기 단체장에 도전장을 내민 2022년부터 지금껏 생활권 불일치로 인한 시민들의 불편 해소를 고민했다”며 “잠시라도 지체할 수 없다는 판단에 숙원 과제인 교통부터 차근히 풀어내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책 추진 쟁점의 면밀한 점검으로 상호협력적 기반을 확충하는 동시에 각계 의견 청취로 공감이 전제된 합리적인 세부 방안도 도출하겠다”고 덧붙였다.
◆행정구역, 생활권 불일치 해소 시급
15일 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시와의 협약으로 기후동행카드를 통용 중이다. 수도권 지자체 중 가장 빠르게 손을 맞잡았다. 월 6만2000원에 서울 지하철과 버스를 무제한 이용하는 대중교통 이용권이다. 3000원을 추가로 내면 공공자전거 ‘따릉이’에도 마음껏 오를 수 있다. 실질적인 혜택 체감도가 높다는 게 시민들의 평이다. 김포골드라인 참여가 시작된 올해 3월30일 기후동행카드 탑승자는 427명에서 4월11일 기준 2579명으로 집계됐다. 첫날 대비 6배 넘게 증가한 수치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서울로 향하는 시민들로 나타났다. 외국인을 포함해 총 51만명의 시민 중 도시철도·버스·자가용으로 매일 서울을 오가는 인구 비율은 수도권 최상위인 21.6% 수준에 이른다. 공통적으로 출퇴근에 드는 비용이 절감됐다는 데 반가움을 드러낸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반응도 우호적이다. 오 시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계선은 개념상으로 있는 것일 뿐이다. 기후동행카드를 다른 사람이 쓰면 불행해지는가, 굳이 좋아하거나 싫어할 것도 없다”라며 “서울에서 높은 주거비를 견디지 못하고 이사한 이들이 출퇴근이나 등하교하기 때문에 동일 생활권 내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포시는 행정구역과 생활권 불일치를 바로잡는 게 서울과의 통합이 가지는 가장 큰 의의라고 요약한다. 서울 생활권이면서도 경기도 권역으로 구분돼 여러 정책적인 혜택을 받지 못했던 시민들에게 수혜를 올바르게 돌려주자는 것이다. 관습적으로 이어온 행정권역 탓에 정작 불편을 감내하는 건 시민들 몫이었다.
이런 분위기에 전문가들도 긍정적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한양대 이창무 교수(도시공학)는 “과거 대도시 인근은 성장을 억제하고 연담화를 방지하기 위해 그린벨트로 규정돼 왔다”며 “따라서 공간적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방향으로 개발과 확장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생활권이지만 서울이 아닌 행정구역의 오래된 교통과 토지 이용 같은 문제점들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를 보완하면서 효율적 공간구조를 만들어내는 미래지향적 방향을 찾아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구 편입은 가장 손쉬우면서 효과적인 해결책이라고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최지민 박사도 비슷한 견해를 보탰다.
◆시민들 호응도·기대감 갈수록 ‘업’
김포시는 서울 통합의 또 다른 취지가 다가올 앞날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국가경쟁력 향상 도모에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숨겨진 거대 자원인 한강을 재조명하는 게 포인트다. 관광, 물류 등 다방면으로 한강의 무궁한 가능성을 부각시켜 서울은 물론 대한민국이 글로벌 무대의 상위에 오르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시는 바다를 낀 김포를 서울이 안을 경우 한강의 경쟁력이 한층 구체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오세훈 시장은 “처음 방문하는 외국인들은 한강을 접하고 두 번 놀란다고 한다. 세계적인 도시를 관통하며 수량까지 풍부해 압도되지만, 그런데 더욱 유심히 살펴보니까 이렇게 활용을 못하는지 고개를 젖는다”고 현실을 전한 바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현재 한강 주변에는 단순 주거시설만 즐비하다. 입체 주거로 설계하거나 관광상품화가 필요하다”며 “물류에서도 다각도의 고민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경기 분도에 따른 선택지로 시는 최우선 기준을 시민 삶의 질 향상에 두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서울 편입론’ 관련 전문기관에 의뢰해 대시민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찬성이 68.0%로 29.7%인 반대보다 월등히 높았다. 다시 말해 경기북부특별자치도로 속하는 데에 탐탁지 않아하는 실정이다. 김 시장이 지난해 11월 7∼28일 진행한 읍면동 소통광장 및 각계각층 정담회에서도 많은 구성원들이 시의 행보에 공감대를 나타냈다.
지역 사회는 김포·서울 통합을 응원하는 분위기다. 윤효자 김포시어머니자율방범연합대장은 “1962년까지만 해도 경기도 김포군 양서면에 위치했던 김포공항이 1963년 서울로 들어갔다. 오히려 우리 지역을 둘러싸고 지금 말들이 나오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늦었지만 61년 만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데에 기대감이 매우 크다”고 덧붙였다. 김미경 김포시새마을회장은 “시민들은 행정체제 개편의 세부적인 절차를 잘 모른다”며 “지속적인 공론의 장을 열어 사실은 알리고 오해를 푸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병수 김포시장 “열악한 교통 개선 위해선 지역 의원 적극 협조 필요”
“시민들이 원하는 대로 움직입니다. 무엇이 최선인지 정쟁을 벗어나 고민해야 합니다.”김병수(사진) 경기 김포시장은 14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서울 편입론’과 관련해 지역 국회의원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현재 21대 국회와 조만간 출범하는 22대 국회 김포갑·을 선거구는 야당이 이끌고 있다. 그렇다 보니 관할 지자체와 손발을 맞추기는커녕 엇박자를 낸다고 김 시장은 생각한다.
김 시장이 자신의 판단을 가감없이 털어놓은 배경에는 그동안 지역 정치권의 도움이 전혀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는 지하철 5호선 김포검단 조정안 발표부터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D 노선 확정, 본궤도를 향하고 있는 지하철 2·9호선 연장 등을 대상으로 들었다.
김 시장은 “거대 야당 측에서 도와주었다면 더 서둘러 결실을 내지 않았을까 한다”며 “특히 인천시와의 이견으로 반년 넘게 시간을 허비한 (지하철 5호선) 이슈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교통 분야는 당사자인 이용자들의 의지에 더해 중앙정부와 네트워크 문제이고, 지자체장들의 비즈니스 능력이기도 하다”면서 “총선 전후 국회의원은 여전히 야당이고 시의회 역시 동수로 달라진 게 없다”고 토로했다.
김 시장은 당장의 행정구역과 일치하지 않는 생활권으로 인한 대표적 불편함을 열악한 교통이라고 재차 언급했다. 그는 “김포신도시 주민들은 대부분 서울에서 이주해 왔고 기존 터전 인근에 직장이 있음에도 이들을 위한 버스 1대 증편이 쉽지가 않다”며 “반면 도내에서의 왕래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이동과 함께 복지·교육·문화·경제 전체에서 서울과 공유되면 훨씬 나아지는 청사진이 그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골드라인 혼잡 대책으로 걸포북변역에서 김포공항역까지 오가는 70번 버스를 운행하는 데도 수차례의 협의와 노력이 불가피했다. 그럼에도 당초 요구한 20대와 달리 결국은 5대만 운영할 수밖에 없었다. 김 시장은 “도지사의 공약으로 인해 수동적인 선택을 하는 건 시민들을 위한 길이 아니다. 모두의 바람인 서울로의 통합에 나서게 된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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