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정치 동기 따른 암살 시도”
정치적 양극화 심화 부작용 분석
로베르트 피초(59) 슬로바키아 총리가 15일(현지시간) 괴한에게 총격 피습을 당했다. 위중한 상태로 병원에 옮겨져 수술을 받았고, 다행히 목숨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 붙잡힌 용의자는 70대 시인으로 슬로바키아 당국은 이번 사건을 ‘정치적 동기’에 의한 암살 시도로 규정했다. 현지 정치권에서는 “‘내전’ 상태에 이른 극심한 정치적 양극화 탓”이라는 목소리가 커지며 정국 혼란이 더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15일 오후 2시30분쯤 수도 브라티슬라바에서 북동쪽으로 약 150㎞ 떨어진 한들로바 지역에서 각료회의를 마치고 지지자들을 만나던 피초 총리는 용의자가 그를 향해 발사한 총알 5발 중 최소 3발을 복부, 관절 등에 맞고 쓰러져 헬기로 병원에 긴급 이송됐다.
4시간에 가까운 대수술 끝에 피초 총리는 일단 위급상황을 벗어났다고 슬로바키아 정부는 밝혔다.
현지 언론들은 구금된 용의자가 슬로바키아 중남부 레비체 출신의 71세 시인 유라즈 신툴라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시집 3권을 출간한 그는 ‘폭력 반대 운동’이라는 정치단체를 설립한 이력이 있고, 유튜브에서 “정치 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마투스 수타이 에스토크 슬로바키아 내무장관은 “(이번 범행은) 명백히 정치적 동기를 가리킨다”며 “범인은 지난달 선거 직후 범행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슬로바키아는 1989년 동유럽에 확산한 민주화의 물결을 타고 공산정권이 붕괴한 후 내내 정치 분열을 겪어왔다.
친(親)러시아 성향의 포퓰리스트로 평가받는 피초 총리는 지난해 10월 총선에서 반이민 정책 등을 내세워 네 번째 재집권에 성공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중단, 대러시아 제재 비판, 성 소수자 억압 정책 등을 내세웠고 정치적 양극화를 심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피초 총리는 총선 승리 후 자신을 기소한 경찰 지도부를 제거하는 등 ‘보복’에 나섰다. 블룸버그통신은 “피초 총리는 이웃한 헝가리의 오르반 빅토르 총리처럼 성 소수자 권리, 이민자에 대한 분열 등을 (정치에) 이용했다”며 “이런 전략은 유럽연합(EU)에 가입한 지 20년이 지난 현재 슬로바키아가 그 어느 때보다 양극화하게 했다”고 분석했다.
각국 지도자들도 한목소리로 이번 사건을 규탄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이러한 폭력 행위는 우리의 가장 소중한 공동선인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판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슬로바키아 대통령에 보낸 메시지에서 “괴물 같은 범죄”라고 비난했다.
외교부는 16일 피초 총리에게 한덕수 국무총리 명의의 위로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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