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여야 입법위원(입법위원)들이 국회에서 집단 난투극을 벌였다.
18일 대만 매체와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제1야당인 국민당은 전날 제2야당 민중당과 공조해 입법원(국회)과 의원들의 권한을 확대하고 정부에 대한 견제 기능을 강화하는 내용의 ‘5대 국회 개혁’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국회에서 법안 낭독 등의 절차를 진행했다.
여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은 “국회 개혁이라는 명목으로 권력 남용 소지가 있는 이 법안을 강압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헌법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반대해 왔다. 이날 민진당 의원들은 국회에서 법안의 강행 처리를 막기 위해 연단으로 올라가 점거를 시도했고, 이를 저지하는 국민당 의원들과 심한 몸싸움을 벌이며 물리적으로 충돌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주먹질과 발길질이 오갔고 일부는 연단에서 떨어지거나 넘어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민진당 5명, 국민당 1명 등 의원 6명이 부상으로 병원으로 실려 갔다. 국회 주변에서는 여야 지지자들이 모여 법안 통과와 거부를 촉구하는 대규모 찬반 시위도 벌였다.
결국 국민당 출신의 한궈위(韓國瑜) 입법원장(국회의장)은 산회를 선포하고 21일 국회에서 표결 절차를 재논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민진당 소속 라이칭더(賴淸德) 총통 당선인이 20일 취임식을 앞둔 가운데 여소야대 상황의 입법원에서 여야 갈등이 심화하며 새 정부 시작부터 험로가 예상된다. 라이 당선인은 입법원에서의 여야 충돌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부상을 입은 의원들과 당원들에게 애도와 위로의 뜻을 전한다”며 국회와 야당을 향해 “헌법을 준수해 합리적인 논의로 돌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주리룬(朱立倫) 국민당 주석은 민진당을 폭력적이고 불법적인 정당이라고 비난하면서 라이 당선인을 향해 “총통에도 취임하지 말라”고까지 요구했다. 커원저(柯文哲) 민중당 주석도 “총통 취임식을 앞두고 입법원에서 폭력적인 충돌이 일어난 것이 안타깝다”면서 법안 저지를 위해 폭력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외신들로부터도 큰 주목을 받았다. 로이터는 “대만이 난폭한 민주주의 국가여서 입법원 내에서 가끔 갈등이 일어난다”며 “라이칭더 정부가 집권한 이후에는 불안과 의회 갈등이 더 커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영국 BBC 방송은 소식을 전하며 “대만이 가장 역동적인 민주주의 국가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대만에서는 2010년에도 국회에서 여야가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등 정치권에서의 폭력 사태가 가끔 발생하고 있다. 한국도 과거 비슷한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2012년 ‘국회선진화법’으로 불리는 국회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의원들 간 난투극은 자취를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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