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부리는
나무뿌리에서 생겨난다
겨우내 말을 아껴
날개를 품는다
구름의 흙이 일순 온순해지면
잔뿌리 같은 새들이
일제히
싹을 물고
가지 끝으로 날아간다
물오른 하늘에서
새 떼가 돋아난다

삭막한 계절을 견딘 나무에 새로운 싹이 돋아난다. 그 모습을 긴 시간 자세히 들여다본 시인의 눈에는 “새싹”이 제법 달리 보이기도 했을 것이다. “나무뿌리”에서 “새의 부리”가 생겨났다니. “뿌리”와 “부리”, 발음이 유사한 두 단어의 활용도 그렇지만 나무에서 초록이 움트는 과정을 새가 태어나 날개를 펴는 것으로 본 발상도 재미있다. “새들이 일제히 싹을 물고” 활활 날아가 앉은 가지 끝이 선연하다. 그야말로 새(鳥)의 싹인 셈.
봄을 지나 이제 막 여름에 접어든 지금 이 계절에 새는 어디까지 날아갔을까. 물오른 하늘에 돋아났던 그 새는. 창을 열면 새는, 새들은 아직 어디로도 가지 않은 채 하늘 가장자리에 머물러 있다. 커다란 날개를 쉼 없이 푸드덕거리며.
초록의 날개는 한동안 더 커질 것이다. 그리고 때가 되면 새는 그 커다란 날개를 저어 왔던 곳으로 돌아갈 것이다. 계절의 끝, 오래 아낀 말을 마침내 건네고서.
박소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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