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특검법’을 둘러싼 여야 간 막판 대치가 격화하면서 임기 만료 2주를 남긴 21대 국회가 막판까지 정쟁으로 날을 새울 조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오늘 국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단독 처리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한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어제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4가지 이유를 들며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간 여러 차례 특검 불허 입장을 밝혀 온 상황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의미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더불어민주당은 28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특검법 재의결 절차를 시도하겠다며 엄포를 놨다. 어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는 범야권이 채상병 특검법 수용 기자회견을 여는 등 대여 투쟁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만약 대통령이 10번째 거부권 행사에 나선다면 이는 총선 민심 정면 거부 선언”이라고 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어제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또다시 거부권이 반복돼선 안 된다”며 “민심을 거역한 권력남용은 반드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았다는 것을 기억하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야권이 법안을 힘으로 밀어붙여 놓고서는 총선 민의로 포장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채상병 특검법이 불발되면 22대 국회에서 한동훈 특검법, 대장동 검찰 조작 수사 특검법, 이화영 술자리 회유 특검법 등과 함께 재추진한다는 입장이다. 22대 국회 원 구성 협상에서부터 진통이 불 보듯 하다. 이러다가는 자칫 채상병 특검법 처리를 둘러싼 공방만 벌이다가 21대 국회를 마무리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의·정 갈등 사태와 저출생, 연금개혁 등 풀어야 할 국가적 난제와 민생 법안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고물가·고금리 상황에서 고통받는 서민 현실은 언제까지 외면할 텐가.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있긴 해도 윤 대통령이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경찰과 공수처 수사가 미흡하다면 특검을 하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야당이 주도해 만든 공수처의 수사 상황을 믿지 못하고 무조건 특검정국으로 끌고 가려는 건 ‘자기모순’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과 정부 여당도 마냥 거부권만 행사하며 사태를 마무리지을 순 없는 일이다. 공수처 수사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면 더는 특검 거부를 고집할 수 없지 않겠는가. 21대 국회가 시급한 현안과 민생 법안 처리를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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