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장관 등 탑승자 9명 전원 사망
라이시, 하메네이 이을 1순위 후보
일각, 내부의 적이나 이스라엘 의심
에브라힘 라이시(64·사진) 이란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이란 동아제르바이잔주 디즈마르 산악 지대에서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
이란 정부는 20일 오전 발표한 성명에서 “라이시 대통령이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사망한 것을 공식 확인했다”면서 “아무런 차질 없이 국정이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은 향후 닷새간을 애도 기간으로 지정했다.

라이시 대통령이 탑승한 헬기는 짙은 안개와 폭우 등 악천후 속에 비행하다가 디즈마르 산악 지대에 추락해 완전히 불탄 것으로 전해졌다. 라이시 대통령과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외무장관 등 헬기 탑승자 9명은 전원 사망했다. 이들은 동아제르바이잔주에서 열린 기즈 갈라시 댐 준공식에 참석한 뒤 헬기로 돌아오던 중이었다.
라이시 대통령 사망이 살얼음판 같은 중동 정세를 더욱 격랑으로 몰아갈 가능성 때문에 국제사회는 촉각을 세우고 있다. 라이시 대통령은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에 이은 2인자로, 차기 최고지도자 1순위 후보로 거론돼온 강경 보수 성향 정치인이다. 그는 2021년 8월 취임 이후 약 3년간 시아파 맹주 이란의 초강경 이슬람 원리주의 노선을 이끌어왔다. 이란은 그가 재임하는 동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가자전쟁 국면에서 하마스 등과 연대하면서 이스라엘·미국에 맞서왔다.
이란 국영 TV 등은 이번 헬기 사고의 원인을 악천후로 규정하고 있지만, 사고의 원인을 둘러싸고 내부의 적이나 이스라엘을 배후로 의심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코노미스트는 “많은 이란 사람이 범죄와의 연관성을 의심하고 있다”면서 “라이시 대통령은 자국 내에서도 적이 많았으며 이 때문에 국내의 적들이 그를 제거하기 위해 음모를 꾸민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드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의 관련성 여부를 의심하는 시선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은 공식적으로 사고 관련 언급을 자제하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 매체 와이넷(Ynet)은 헬기 추락 사고와 자국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미 정보당국도 현재까지 암살 시도 등 타살 시도의 혐의점은 없다고 파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NBC방송에 따르면 척 슈머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정보당국이 “헬기 추락과 관련해 타살(foul play)의 증거는 없다고 알려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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