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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우리] 신냉전 길목서 새 길 찾는 한·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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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5-30 23:16:43 수정 : 2024-05-30 23: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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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 경쟁 심화에 北은 잇단 도발
한·중·일 정상회의로 협력 제도화
신뢰와 보편적 가치 중시는 필수
지정학 소용돌이 속 결실 맺어야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되고 한반도가 경쟁의 한가운데 끼인 당사 국가가 되면서 그간 한·일·중 정상회의는 개최 가능성부터 의미까지 여러 관측과 논란을 낳았다. 마침내 4년 5개월 만에 서울에서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가 개최되자, 북한은 정찰위성을 발사하고 남한에 오물 풍선을 날렸다. 신냉전의 길목에서 한·중·일이 새로운 길을 찾아보고자 하는 전략적 움직임은 북한에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사건이었을까.

그렇다면 우리에게 이번 한·중·일 정상회의는 어떤 의미일까? 첫째, 성과체감형 국익 외교다. 3국 정상은 정치 환경과 상관없이 정상 및 장관급 회의를 정례화하는 등 3국 협력을 제도화하는 데 뜻을 모았다. 이번 정상회의는 3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재개, 수출통제 논의 및 공급망 협력 강화, 보건·고령화·기후·환경과 같은 위기에 대한 대응 등 3국 간 공동의 이익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중간재 무역 비중이 높은 3국 간 FTA는 경제적 효과가 클 것이다. 2019년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이 타결되자 최대 수혜국으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이 아닌 한·일·중이 꼽힌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역으로 3국 간 FTA가 체결되면 최대 메가 FTA인 RCEP를 보다 높은 수준의 FTA로 발전시키는 촉매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최윤정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센터장

둘째, ‘한·중·일+X 협력’을 지향하는 확장형 외교다. 한·중·일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중·일 협력의 구심력 안에 제3국을 포함시켜 함께 번영한다는 의미다. 한·중·일+X 협력에서는 한·중·일 3국 협의체를 잉태한 아세안과의 협력이 특히 강조되었다. 아세안이 운영하는 다양한 협의 메커니즘을 가장 많이 활용하는 국가 순위 1, 2, 3위를 차지하는 것이 중국, 일본, 한국이다. 한·중·일 3국 협력은 1999년 출범부터 아세안을 매개로 발전하여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세안과 3국의 협의체인 ‘아세안+3’ 차원에서 논의된 역내 금융 안전망 강화, 스타트업 지원 등 구체적인 협력 사업도 적시하였다. 5월27일 필자가 만난 까으 끔 후은 아세안 사무총장 역시 3국 협력에 대한 기대감을 표명하였다.

셋째, 신냉전 전선의 저지선 구축이다. 사실 한국의 지정학적 시계(視界)에 신냉전 패러다임이 고착되는 것은 매우 불리한 상황이다. 남북 갈등과 안보 불안을 증폭시키고 통일 한반도 실현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국내총생산(GDP)에서 무역의 비중이 85%에 달하고 자원과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도 불리하다. 자유롭고 개방적인 시장과 교통로를 확보하는 것은 우리의 번영에 필수 요건이다. 한·미·일 대 북·중·러의 진영화 구도를 탈피하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이상의 의미를 종합해보면 한·중·일 정상회의는 우리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보강하는 또 하나의 3각 협력체제로 발전시킬 만한 가치가 있다. 인도태평양 전략이 유사입장국 일변도가 되지 않도록 균형을 잡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3국의 국민들, 나아가 지역 차원에서도 혜택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국익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해 필요한 상대국과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을 지키고 상호 존중하는 한에서는 최대한 협력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인도태평양 전략의 3대 협력 원칙인 포용, 신뢰, 호혜가 의미하는 바일 것이다.

따라서 복구된 한·중, 한·중·일 협력은 3국과 지역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호혜적인 협력의 본을 보여야 할 것이다. 이와 동시에 3국의 국민과 지역 사회에서 수용성과 지속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신뢰와 호혜를 비롯한 보편적 가치를 중시하는 것이 필수조건이다.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3국 공동의 지지 성명 대신 각자의 입장 개진 수준으로 처리된 것 등 아쉬운 부분도 있다. 하지만 합의된 제도화를 실행에 옮겨 한·중·일 협력의 동력을 살려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이번 정상회의 계기에 한·중 차원에서도 외교부와 국방부 고위 관료가 참석하는 ‘한·중 외교안보 대화’를 신설하고, 한·중 FTA 2단계 협상을 재개하기로 하였다. 한·중, 한·중·일 협력이 지정학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꿋꿋하게 전진하여 결실을 보기를 기대해본다.

 

최윤정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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