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절차 따라 진행…통상적 기업 방문”
오영훈 제주지사가 중국계 투자기업 리조트에서 관계자들과 비공개로 오찬 간담회를 한 것을 두고 시민사회단체가 수사를 촉구하며 오 지사와 사업자 측을 경찰에 고발했다.
제주참여환경연대 홍영철·이학준 공동대표는 3일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오 지사를,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백통신원 대표를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고발장 제출에 앞서 제주경찰청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사업 승인과 변경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도지사가 중산간 난개발 특혜 논란이 따라다녔던 사업자와 밀폐된 장소에서 만났다는 자체가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고발인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오 지사와 도청 공무원 등 11명은 서귀포시 남원읍 중산간에 위치한 제주기린빌라리조트를 방문했다. 오 지사 일정은 제주도청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되지만, 해당 일정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오 지사는 당시 리조트 개발사업자인 백통신원 관계자와 함께 독채 콘도에서 오찬 간담회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점심 접대 의혹이 제기되자 제주도는 음식값을 지불했다며 1인당 3만원씩 총 33만원이 결제된 카드 명세서를 공개했다.
하지만 매출전표에 나온 결제 장소는 음식점이 아닌 콘도로 분류된 ‘기린산장’으로, 현재 리조트 내부에 운영 중인 레스토랑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식품위생법 위반 논란까지 일었다.
식품위생법 제37조 4항과 식품위생법 시행령 제25조에 따라 휴게음식점이나 일반음식점업, 위탁급식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행정에 신고해야 한다.
고발인은 “무엇을 기준으로 메뉴판도 없는 식사비에 1인당 3만원을 지불했는지 알 수 없다”며 “청탁금지법 등 불법행위 인지 후 급박한 대응조치라고 추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공된 음식이 3만원 상당이 맞는지, 대가성은 없었는지 등을 철저히 수사해 청렴한 제주를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오 지사는 이번 사건으로 도정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가게 한 데 대해 정중히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제주도당은 이날 논평을 내고 “꼼수투자와 조세포탈 의혹까지 낳고 있는 법인의 사업장을 도지사가 극진한 환대를 받으면서 방문한 일정은 누가 봐도 특혜성 시비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낳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제주도는 당장 백통신원의 실제 세금감면액 규모와 투자지역 해제에 따른 세금 환수 절차가 어떻게 이행됐는지 명확히 밝히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제주도는 “모든 과정을 정해진 법률과 절차에 따라 진행했다”며 “기업 투자 유치와 애로사항을 듣기 위한 통상적인 기업방문이었다”고 해명했다.
백통신원 제주리조트는 당초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 일대 55만3299㎡ 부지에 사업비 2432억원을 투입해 숙박시설과 맥주박물관 등 휴양·문화시설, 생태테마파크·저류지 등 녹지용지, 공공편익시설 등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계획됐다.
그럼에도 사업을 계획대로 이행하지 않으면서 2019년 외국인투자진흥지구에서 해제됐다. 2022년 12월 맥주박물관과 생태테마파크 등을 사업계획에서 제외하고 리조트 관련 시설 중심으로만 축소해 변경 승인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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