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사건 현장에 있었던 가수 심수봉(68)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사건 이후 일어난 일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난 6일 tvN STORY ‘지금, 이 순간’에 심수봉이 게스트로 출연해 자신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 보따리를 꺼내놨다.
심수봉은 나훈아와 만난 뒤 가수의 꿈을 키웠고, 1978년 제2회 MBC 대학가요제에서 노래 ‘그때 그 사람’을 발표하며 데뷔했다. ‘그 때 그 사람’으로 인기를 얻은 그에게 시련이 닥친 것은 이듬해였다.
박정희 대통령의 초대를 받아 공연하곤 했던 그가 10.26 사건을 눈 앞에서 목격한 것. 그는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4년간 방송 출연 정지를 당했다. 출연 정지와 별개로도 박정희 시해 사건을 직접 목격한 것은 그에게 깊은 상흔을 남겼다.
10.26에 대해 심수봉은 “굉장히 제 노래도 좋아해주시고 따뜻하게 잘 해주셨으니까, 인간적으로 귀하게 생각되는 분이셨고 그분이 그렇게 당하는 것을 보고 저는 그때 제 정신이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어떻게 그런 자리에 제가 있어서 여러가지 힘든 상황을 받기도 하고 참 슬펐다. 많이 슬픈 시간들이었다”고 떠올렸다.
심수봉은 과거 한 토크쇼에서도 10.26 사건을 떠올리며 “그 사건 이후 나를 만났다는 이유로 내가 아끼던 사람이 어디론가 끌려가서 고문을 심하게 당했다”며 “그분이 고문당하며 고통스러워 하는 소리를 나는 바로 옆방에서 들어야만 했다”며 아픈 기억을 꺼내놨다.
방송 출연 정지에 더해 지인들이 고초를 겪었을 뿐만 아니라 심수봉 자신이 정신병원에 감금당하기까지 했다. 심수봉은 “한 달 가까이 정신병원에서 지냈고 아무리 정신병자가 아니라고 말해도 그들은 나를 가두고 약물주사도 놨다”고 힘들었던 시간을 전했다.
사건 이후 밤무대에서 노래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심수봉은 1984년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가 신드롬급 인기를 모으면서 재기에 성공했다. 당시 한 달에 7000만원(현재 가치로 환산 시 약 3억원)이 넘는 저작권료를 벌어들인 그는 “저렇게 저질인 줄 몰랐다고 욕 먹기도 했다”며 외설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었다고 ‘효자곡’에 얽힌 비화를 털어놨다.
더불어 심수봉은 자신의 히트곡 ‘그때 그 사람’ 속 ‘그 사람’의 주인이 가수 나훈아였다고 최초 고백해 눈길을 모았다. 데뷔 전 교통사고로 입원했던 심수봉은 당시 나훈아가 찾아와 병실에서 실제로 기타를 쳐줬다고 밝혔다. 그런 이유로 노래 가사에도 ‘외로운 병실에서 기타를 쳐주고’라는 대목이 등장했다.
그는 8년여간 절절하게 나훈아를 짝사랑했다며 나훈아가 군대에서 위험한 임무에 투입하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 ‘저 사람 대신 제가 죽을게요’라고 뜨거운 기도를 올리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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