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망디는 미국의 51번째 주” 애착
미국·프랑스 우정 상징… 마크롱도 “축하”
올해 100세가 된 미국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참전용사가 96세의 프랑스 여성과 노르망디 해변에서 결혼식을 올려 눈길을 끈다. 흔히 ‘디데이’(D-Day)로 불리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제2차 세계대전 도중인 1944년 6월6일 미국을 필두로 한 연합국 군대가 프랑스 북부에 상륙한 것을 일컫는다. 이는 프랑스는 물론 나치 독일의 압제 하에 있던 유럽 대륙을 해방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8일(현지시간) AP,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디데이 80주년 기념식 이틀 뒤인 이날 노르망디 해변의 예배당에서 미국인 해럴드 테렌스와 프랑스인 잔느 스웨를린이 결혼했다. 테렌스는 이번이 두 번째, 스웨를린은 세 번째 결혼에 해당한다. 두 사람 모두 오래 전에 배우자와 사별했다. 100세인 테렌스는 자녀가 3명, 손주는 8명, 증손주도 10명이나 된다. 96세인 스웨를린에겐 자녀 3명, 손주 7명, 증손주 7명이 있다.
프랑스 국적자이나 미국에서 거주해 온 스웨를린이 테렌스와 만난 것은 2021년이다. 당시 테렌스는 무려 70년간 해로한 부인이 세상을 떠나 무척 상심한 상태였다.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두 사람은 처음에는 어색한 사이였으나 곧 친해졌다. 본격적으로 교제를 하면서 사랑의 감정을 느낀 이들은 몇 달 전 테렌스의 청혼을 계기로 마침내 결혼을 결심했다.
언론과 인터뷰에서 테렌스는 “나는 그녀를 사랑한다. 그녀는 꽤 특별하다”고 말했다. 스웨를린도 테렌스를 가리켜 “정말 놀라운 사람이고 나를 무척 사랑한다. 무엇보다 키스를 아주 잘한다”고 했다.
뉴욕 출신인 테렌스는 미국이 2차대전에 뛰어든 직후인 1942년 육군항공대(현 공군)에 입대해 아프리카 및 유럽 전선으로 보내졌다. 당시 스웨를린은 뉴욕에서 고등학교에 다녀 전쟁을 경험하진 않았다. 전투기 정비사가 된 테렌스는 1944년 6월6일 디데이 당일 노르망디 부근의 독일군을 공습하고 돌아온 미군 전투기들이 바로 재출격할 수 있도록 신속히 정비하는 일을 담당했다. 이후 1945년 5월 나치 독일이 연합국에 항복할 때까지 여러 임무를 수행하고 그해 6월 귀국길에 올랐다.
전후 영국계 대기업 임원을 지내고 은퇴한 테렌스는 평소 “노르망디는 미국의 51번째 주(州)”라고 말할 정도로 프랑스, 그리고 노르망디에 애착을 지녔다. 이번 80주년 행사까지 포함해 노르망디 상륙작전 기념식에 참전용사 자격으로 총 4번 참여했다. 2019년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으로부터 프랑스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레지옹 도뇌르 훈장도 받았다.
이날 노르망디 해변에서 결혼식을 마친 테렌스와 스웨를린 부부는 저녁에는 파리 엘리제궁을 찾았다. 디데이 8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프랑스를 국빈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위한 국빈 만찬에 미국·프랑스 간 우정을 상징하는 인물로 초대를 받은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건배사를 통해 이들 부부의 해로를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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