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비경 배경 해안도로 일주
출발 전 드론비행 퍼포먼스 눈길
정희택 사장 “독도 새기는 시간”
남녀 우승자에 이경섭·권효정
“울릉도 에메랄드 빛 바다와 해안 절경을 보면서 달리다 보면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날아가는 기분이 들 만큼 최고의 마라톤 코스가 바로 울릉도입니다.”
새벽빛이 뱃고동 소리를 뚫고 도착한 9일 오전 5시 경북 울릉군 울릉읍 사동리 울릉문화예술체험관. ‘독도 지키기 제19회 울릉도 전국 마라톤대회’ 참가를 위해 이틀 전부터 전국에서 한달음에 울릉도에 모인 700여명의 건각(健脚:튼튼해 잘 뛰는 다리를 가진 사람)들의 열정은 동해의 붉은 태양보다 더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울릉도 마라톤대회는 세계일보가 주최하고 경북도와 울릉군, 울릉로터리클럽이 주관하는 대회다. 풍광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울릉도 해안도로를 일주한다. 울릉군에 속한 우리나라 최동단이자 민족의 섬 독도가 한국의 영토임을 알리는 유일한 마라톤대회이기도 하다. 올해 대회 참가자는 전년보다 100여명 더 느는 등 해를 거듭할수록 대회 규모가 커지고 있다.
오전 6시 출발을 알리는 ‘탕~’ 소리와 함께 징이 울리자 참가자들은 “울릉도, 독도 파이팅!”을 힘차게 외치며 본격 레이스에 들어갔다. 올해 대회는 4개 코스로 구성됐다. 울릉도 일주도로를 한 바퀴 도는 풀코스(42.195㎞)와 하프(21.0975㎞), 10㎞, 5㎞이다.
정희택 세계일보 사장은 대회사를 통해 “독도를 지키는 데 국민적 관심을 드높이자는 뜻을 갖고 2005년부터 시작한 ‘울릉도 전국 마라톤 대회’가 어느덧 19회를 맞이했다”며 “오늘 여러분께서 내딛는 한발 한발이, 그리고 여러분께서 호흡하는 동해 바다의 맑은 공기가 울릉도와 독도사랑을 온몸과 온 마음으로 새기게 해줄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남한권 울릉군수는 개회사에서 “에메랄드 빛 해안을 끼고 달리는 해안도로 코스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마음껏 즐기며 울릉군의 홍보대사가 돼 달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급경사가 많은 울릉도의 거친 산세 탓에 연신 거친 숨을 내뿜었지만 대부분 완주에 성공했다. 풀코스 남성부문 1위는 이경섭(45)씨가 차지했다. 이씨의 기록은 3시간3분24초. 이씨는 “평소 복싱 등 운동을 좋아했는데 코로나19가 터지고 집합금지로 인해 마라톤을 시작하게 됐다”며 “울릉도 마라톤 코스는 훈련하기에는 최적의 장소”라고 평가했다. 여성 풀코스 1위의 영예는 3시간23분43초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한 권효정(45)씨에게 돌아갔다. 권씨는 2021년 제16회 울릉도 마라톤대회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올해 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프코스 우승은 남자부 강기필, 여자부 강윤영씨가, 10㎞는 남자부 신성일, 여자부 추은하씨가 각각 차지했다.
이번 대회 최고령 참가자는 풀코스에 도전한 이완섭(72·서울)씨이고, 최연소 참가자는 5㎞ 코스에 도전한 양태한(9·경기 고양시)군이다. 외국인 참가자들도 눈길을 끌었다. 풀코스를 뛴 미국 국적인 클레르몬트 브렌트(40)씨는 “울릉도는 굉장히 아름다운 섬으로 코스가 어렵기는 하지만 다른 대회와는 감회가 색다르다”며 “내년 대회에도 반드시 참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회 시작에 앞서 정희택 세계일보 대표이사와 대한드론축구협회 관계자 등이 직접 드론을 조종하는 깜짝 이벤트를 펼치자 참가자들은 잠시나마 긴장감을 풀 수 있었다. 드론이 힘차게 하늘로 날아오르자 대회장은 참가자들의 환호성으로 가득했고 일부 참가자는 동영상을 촬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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