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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투성이로 숨진 여고생…교회 조직적 괴롭힘 제보 잇따라 [사건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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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6-12 20:00:00 수정 : 2024-06-12 16:5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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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지내던 50대 신도 학대살해죄 재판행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 목숨을 건 탈출

인천의 한 교회에서 멍투성이로 숨진 여고생과 관련해 가장 먼저 구속 송치된 50대 여성 신도 A씨에게 검찰이 아동학대살해죄를 적용했다. 그는 지난달 15일 오후 8시쯤 “B양이 밥을 먹던 중 의식을 잃었다”면서 직접 119에 신고한 인물이다. 이후 B(17)양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4시간 뒤 숨졌다. 경찰이 출동했을 당시 몸 곳곳에 멍이 든 채 교회 내 쓰러져 있었고 두 손목에 보호대를 착용 중이었다. 결박된 흔적도 보였다.

 

당초 수사를 벌인 경찰에서 살인의 고의성은 없다고 봐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했으나 지난달 24일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이 보완 수사를 거쳐 죄명을 아동학대살해죄로 변경했다. 검찰은 “A씨는 미성년자 여학생을 장기간 교회에 감금한 뒤 결박하는 방법 등으로 학대했다”며 “학대로 생명이 위독해진 피해자를 그대로 방치하는 방법으로 살해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18일 인천 지역 교회에서 밥을 먹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여고생을 학대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50대 신도가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경찰, 합창단장·단원도 공범

 

인천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살해 등 혐의로 A(55)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는 올해 3월부터 지난달 15일까지 인천 남동구의 한 교회에서 함께 지내던 여고생 B양을 온몸에 멍이 들 정도로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양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사인은 폐색전증으로 추정된다. 학대 당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구두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폐색전증은 폐의 혈관이 혈전이나 공기에 의해 막히는 질환이다. 외상이나 움직임 제한으로 발생한다. 결박 등으로 인해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폐색전증으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경찰이 수사선상에 올렸던 성범죄 피해 관련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국과수가 분석한 폭력 키트에서 타인의 DNA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경찰은 이곳 교회 설립자 딸이자 합창단장 C(52·여)씨와 단원 D(41)씨도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의 학대 행위로 인해 여고생이 사망했다고 판단해 공범이라 본 것이다. 학대를 지시하거나 이런 사실을 보고하는 등 조직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봤다. A씨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하는 등 범행 경위를 살펴보는 과정에서 별도 두 사람의 학대 정황을 확인하고 지난달 25일 서울에서 체포했다.

 

이들은 모두 “B양의 자해 행위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 학대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을 폈다. 이틀 뒤인 27일 C·D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인천지법 송종선 부장판사는 “도망할 우려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조직·지속적 학대 있었나(?)

 

대전의 모 음악중고교 재학생이던 A양은 올 3월부터 교회 2층에 있는 합창단 기숙사 맞은편 방에서 약 2개월간 지냈다. 그가 숨진 방은 ‘216호’로, 복도 맞은편에는 합창단 숙소로 쓰인 공간이 있다. 어머니와 함께 살던 세종시에서 인천으로 거주지를 옮긴 뒤 전입신고는 하지 않았다. 또 장기간 수업에도 결석했지만 학교 측은 교육청에 관련 내용을 보고하지 않았다.

 

합창단 내부에서 조직적인 학대가 벌어졌는지 심층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시각도 많다. 실제 합창단을 그만둔 한 단원은 ‘고집이 세다’는 이유로 단장에게 수차례 뺨과 머리를 맞았다고 한다. 이 단원은 발로 차여 넘어진 상태에서도 계속 발길질을 당했다. 온몸에는 피멍이 들었고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합창단 밖으로 도망쳐 나왔다. 그야말로 목숨을 건 탈출이었다.

 

이곳을 떠나는 이유로는 기숙사 생활을 비롯해 단원 활동이 힘들고, 단장의 폭언·폭행을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전 신도들은 공통적으로 말한다. 합창단원들은 공연이 없는 날에도 오전 6시쯤 기상했고, 하루 9시간가량을 연습·리허설 같은 연습에 쏟아부은 것으로 전해진다. 심지어 외출이 필요한 때 상급자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철저한 통제와 감시 속에서 지냈다. 지금의 단원 수는 가장 많았던 시기와 비교해 70% 수준으로 알려졌다.

 

앞서 전 단원과 신도들은 제보를 통해 “이번 사건도 합창단과 연관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예전부터 단원들 간 폭력 행위가 빈번했다”고 지속적으로 알린 바 있다. 반면 교회는 사망사건과 합창단의 연관성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경찰 측은 구속된 3명 외 다른 인물에 대해서도 범행 가담 여부 등을 조사했으나 범죄 혐의가 없는 것으로 정리했다.


인천=강승훈 기자 shk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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