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지리산 탐방로에서 반달가슴곰이 탐방객에게 목격된 소식에 이어 최근 지리산 자락의 한 염소농장을 습격한 사실도 전해지면서 인명피해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13일 국립공원야생생물보전원에 따르면 지난 7일 오전 경남 산청군 삼장면 한 염소농장에서 염소 1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다.
당시 농장 주인은 축사 주변을 둘러보던 중 계곡 근처에서 염소 사체를 목격했다. 농장 주인은 이번 일이 반달가슴곰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리산에서 반달가슴곰 외에 염소를 사냥할 수 있는 개체가 거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농장은 지난해 8월에도 반달가슴곰의 습격을 받아 염소를 잃었다. 당시 폐쇄회로(CC)TV에는 반달가슴곰이 농장 내부로 침입해 염소를 사냥하는 모습이 촬영됐다. 염소 3마리가 사체로 발견됐고 7마리 이상이 사라졌다.
이후 농장 주변에 전기 울타리가 설치되면서 올해는 농장 침입까지는 이뤄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외부에서 방목 중이던 염소는 곰의 습격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추측된다.
피해 농장주 우여량 씨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지난해에도 반달가슴곰이 농장에 들어와 염소를 물고 달아났고 계곡에서 사체가 발견됐는데 동일한 곳에서 같은 일이 반복됐다”며 “축사 내부까지는 침입하지 않았지만, 외부에 있던 개체가 사냥을 당했다는 것은 야생에서 사냥을 한 것과 다름없기 때문에 위험도는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달가슴곰이 축사를 습격한 사례는 드물다. 반달가슴곰은 식물성 먹이를 주로 섭식하는 잡식성 동물이다. 주로 도토리, 다래, 버찌, 오디 등의 열매를 먹는다. 여름철에는 먹잇감도 풍부해 민가로 내려오는 일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다.
다만 국립공원야생생물보전원은 아직까지 이번 일이 반달가슴곰에 의한 피해로 추정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국립공원야생생물보전원 관계자는 “현장 조사 결과 피해 예방을 위해 설치한 전기 울타리는 문제없이 작동하고 있었고, 주변에서 반달가슴곰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며 “염소 사체 흔적 조사 결과 폐사 후 2~3일이 지나 폐사 원인을 파악하기 어려운 상태로 반달가슴곰에 의한 피해라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피해 당시 주변에서 활동하는 반달가슴곰은 없었으나 추가적인 조사를 위해 무인센서 카메라 2대를 설치해 모니터링했다”며 “확인 결과 멧돼지 등 야생동물 외에 반달가슴곰의 활동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앞서 지난달 23일 한 탐방객은 지리산에서 반달가슴곰과 마주쳤다. 탐방객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한 영상 속 반달가슴곰은 탐방로 위를 가로질러 숲 속으로 사라졌다. 탐방객은 “지리산을 꽤 많이 다녔어도 곰과 마주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과연 지리산에 곰이 살고는 있을까’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는데 연하천대피소에서 얼쩡거리는 곰을 진짜 봤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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