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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1인 가구 향한 불안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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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6-17 23:27:04 수정 : 2024-06-17 23:2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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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숙소가 어디라고?”

얼마 전 가족 행사에 오랜만에 얼굴을 비쳤다가 만나 뵌 고모부는 대뜸 이렇게 물으셨다. 2년여 전 부모님, 할머니와 함께 살던 집에서 나와 독립을 했다고 말하니 돌아온 질문이었다. “숙소는 영등포동입니다. 하하”, 웃으며 답하면서도 머릿속에는 여러 생각이 스쳤다.

이지민 사회부 기자

사실 고모부의 질문을 들은 뒤 처음 든 마음은 반가움이었다. 당시 재밌게 읽고 있던 ‘즐거운 남의 집’이란 책에서 작가가 경험했던 일을 토씨도 틀리지 않고 고스란히 똑같이 마주했기 때문이었다. 책에는 나와 동갑인 작가가 회사 상사와 대화하며 겪은 에피소드가 적혀 있다. 결혼 여부에 대한 질문과 회사 근처에 살고 있다는 답에 상사가 “숙소에서 자취하니 밥도 잘 못 챙겨 먹겠네”라고 말한 일이었다. 작가는 그 상사 딴엔 작가가 사는 데는 집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굳이 그 상사가 ‘숙소’라는 단어를 택하지 않았을까 추측했다.

책에서 인상 깊게 읽은 일을 똑같이 겪은 내 심정도 다르지 않았다. 숙소의 사전적 의미는 ‘집을 떠난 사람이 임시로 묵는 곳’이다. 내게 싱거운 질문을 건넨 고모부나 이윤석 작가의 상사나 혼자 사는 집은 으레 ‘온전한 집이 아닌 결혼 전 머무는 곳’이라 짐작했으리라.

누군가 ‘지금 집에서 생활이 불안정하고, ‘임시 거처’라는 생각이 드느냐’고 묻는다면 나의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태어날 때부터 조부모, 부모님과 30여년을 살다가 온전한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심리적인 안정감은 높아졌다. 본가에 살 때보다 좋아하는 요리도 더 마음껏 할 수 있어 건강하게 먹고 싶을 땐 더 건강하게 챙겨 먹게 됐다.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면서 오히려 사이도 더 좋아졌다. 이런 당사자의 만족도와는 무관하게 1인 가구를 둘러싼 시선은 여전히 불안정한 존재로 국한되는 것 같다.

두 달 전 정부가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하는 1인 가구는 10평 남짓 원룸에서 살도록 공급면적을 제한해 논란이 일었다. 자녀가 많은 가구가 넓은 면적의 공공임대주택을 우선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한 ‘저출생 대책’ 중 하나라고 설명했으나 반발은 컸다. 국토교통부는 결국 정책을 원점 재검토하기로 했다.

국토부의 헛발질은 1인 가구의 집을 임시 거처로 여기는 ‘편견’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1인 가구가 소수일 때도 물론 소외당하게 해서는 안 되지만 그 수가 늘어나면 이들을 위한 복지의 필요성도 더 고민해야 할 텐데 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1인 가구는 총가구의 34.5%다. 2030년에는 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의 삶을 세심하게 살피는 게 또 다른 ‘저출생 대책‘이란 생각도 든다. 현실이 팍팍할수록 결혼이나 출산을 꿈꾸기 더 어려워서다.

삶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저출생 문제의 해법이 복잡다단한 것을 인정한다면 이를 반영하는 정책이 달라져야 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정책이 한발 앞서 방향을 제시하진 못하더라도 사회 변화에 뒤처지진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지민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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