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콜인듯' 장마철 강수 강도 강해져…'우기'로 명칭 변경 주장도
올해도 어김없이 장마가 찾아왔다.
18일 기상청은 오는 19일 늦은 밤이나 20일 이른 새벽부터 제주에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하면서 이 비를 장맛비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기상학에서 장마는 여름철 정체전선이 일정 기간 머물며 내리는 비를 말한다.
세력은 비슷하나 성질은 반대인 기단이 충돌해 정체전선이 형성되며 비가 내리는 일은 꼭 여름이 아니어도 언제든 일어난다. 다만 6월 중하순부터 한 달간 같은 구조로 장기간 비가 내리는 현상이 매년 반복되기에 장마란 이름을 붙이고 다른 비와 구분하는 것이다.
◇ 장마 영향 기단 5개…일·중 장마보다 복잡
장마는 동아시아 여름 몬순(monsoon) 현상 중 하나다. 몬순은 '계절에 따라 강수량이 적거나 많은 현상 또는 시기'를 일컫는 용어다.
과거 교과서나 백과사전에선 '북태평양고기압과 오호츠크해기단이 충돌해 장마전선이 형성된다'라고 간략히 설명했지만, 실상은 훨씬 복잡하다.
장마에 영향을 끼치는 기단은 크게 나눠도 북태평양고기압과 오호츠크해기단에 극기단, 대륙성 기단, 열대 몬순 기압골을 더해 5개다. 이에 한국 장마가 일본과 중국 장마보다 훨씬 복잡한 양상을 보인다.
기상청이 장마의 시작과 끝을 판단할 때 살피는 요소도 정체전선의 유무뿐 아니라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 위치, 한반도 주변 850hPa(헥토파스칼) 상당온위 등 10가지에 달한다.
장마를 좌지우지하는 기단을 꼭 하나만 꼽으면 북태평양고기압이다.
장맛비가 내리는 구조는 크게 북태평양고기압 북서쪽 가장자리 북쪽에 다른 고기압이나 저기압이 다가와 정체전선을 형성하는 경우와 저기압과 그에 동반된 전선이 북태평양고기압이 만든 길을 따라 우리나라를 지나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비율을 따지면 북태평양고기압과 오호츠크해기단의 충돌 등으로 정체전선이 만들어져 장맛비가 오는 경우가 75%, 전선이 동반된 저기압이 지나가며 장맛비가 내리는 경우가 25% 정도다.
◇ 두 차례 우기 중 첫 번째가 장마…연 강수량 30% 내려
평년, 즉 1990년에서 2020년까지 30년 평균 장마 시작일은 제주가 6월 19일, 남부지방은 6월 23일, 중부지방은 6월 25일이다.
장마 시작일이 제주에서 가장 이르고 중부지방에서 제일 늦은 데서 알 수 있듯이 원래 장마 초기엔 정체전선이 남에서 북으로 북진하면서 비를 뿌리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엔 다른 양상도 자주 나타난다.
작년도 전국이 거의 동시에 장마철에 들어섰고 전반에는 중규모 저기압과 대기 불안정에 따른 집중호우가 쏟아지다가 후반에야 정체전선이 중부지방과 남부지방을 오르내리며 비가 지속해서 내렸다.
기상학적으로 장마는 국내에서 연중 나타나는 2차례 우기 중 첫 번째다.
기상청 장마백서를 보면 전국 강수량을 분석했을 때 6월 20일께부터 7월 20일께까지 5일 이동평균 강수량이 7㎜를 넘는 첫 기간이 나타나는데 이때가 장마철이다.
이후 8월 초와 9월 초 사이 또 한 번 5일 이동평균 강수량이 7㎜ 넘는 기간이 나타난다. '2차 우기'로 이를 '가을장마'라고 부르기도 한다.
장맛비는 우리나라 연 강수량 3분의 1을 차지한다.
평년 장마 강수량은 제주 348.7㎜, 남부지방 341.1㎜, 중부지방 378.3㎜다.
장마 강수량과 관련해선 195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증가해오다가 이후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가 확인된다.
다만 작년은 전국 평균 장마 강수량이 660.2㎜로 기상관측망이 전국에 확충돼 각종 기상기록 기준이 되는 1973년 이후 3번째로 많았다. 남부지방만 보면 712.3㎜에 달해 51년 사이 최다였다.
우려되는 점은 장마철 집중호우가 빈번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장마백서에 따르면 여름철 시간당 30㎜ 이상 집중호우 빈도는 최근 20년 사이 1970~1990년대보다 20% 증가했다.
지난해도 장마 강수량은 역대 3위에 오를 정도로 많았지만, 장마철 중 실제 비가 내린 날(22.1일)은 10위에 해당했다.
비가 올 때 많은 양이 쏟아졌다는 의미로 장마 강수량을 강수일로 나눈 값이 30.6㎜로 역대 최고였다.
◇ 기후변화로 기존과 다른 장마 양상…용어 변경엔 '신중'
기후변화는 장마의 모습을 예측 불가하게 바꾸고 있다.
우리나라 여름철 강수 양태에 장기변화 경향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연구도 있지만, 그동안 우리가 알던 장마가 아닌 장마가 최근 반복해서 나타나고 있다.
국립기상과학원 예보연구부 연구진은 지난해 한국기상학회 학술대회에서 "기후위기가 심화하면서 기상학적 견해의 장마 형태조차 변화하고 있다"라면서 2020년 역대 최장 장마 후 이듬해 역대 3번째로 짧은 장마가 나타난 점, 2021년과 2022년 장마가 끝난 뒤 비가 더 많이 내린 점 등을 예로 들었다.
이런 변화에 지난 500년간 사용된 장마 대신 '우기'라는 말을 쓰자는 의견이 비등했고 기상청도 이를 검토하고 있다.
다만 기상청과 학계는 용어 변경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상청 장마특이기상연구센터장인 장은철 공주대 교수는 "(장마철) 시간당 강수강도가 세지면서 스콜과 같은 비가 오고 장마가 끊어졌다가 이어지는 모습을 보여 우기라는 표현을 쓰자는 주장도 있다"며 "그러나 동남아시아 쪽 우기와 장마는 기후변화를 고려해도 메커니즘이 다르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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