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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중국 중동부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이 발원지로 알려져 있다. 이 도시에서 의사로 일하던 리원량(李文亮)은 2019년 12월 인체에 치명적인 신종 바이러스 감염증 출현을 대중에게 알렸다. 그러자 공안 당국은 이듬해인 2020년 1월 그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불러 조사했다. 이어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헛소문을 퍼뜨리지 말라”고 엄중히 경고했다. 하지만 그 시점에 우한은 이미 코로나19가 창궐하고 있었다. 리원량은 확진자 치료 도중 코로나19에 감염됐고 결국 그해 2월7일 34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주(駐)유엔 북한 대표부 앞에서 북한인권단체 뉴코리아여성연합 등이 오토 웜비어 7주기 추모식을 열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사후 리원량은 미국 등 서방 국가에서 영웅으로 떠올랐다. 추모객들은 당국의 억압에도 굴하지 않고 코로나19 대유행을 경고한 뒤 환자 진료에 적극 임했던 고인의 용기와 헌신을 기렸다. 2020년 5월 미국 공화당 의원들이 수도 워싱턴에 있는 주미 중국 대사관 주소를 바꾸는 계획을 추진하고 나섰다. 대사관 앞 거리 이름은 원래 ‘인터내셔널 플레이스’(International Place)인데 이를 ‘리원량 플라자’로 개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중국 정부가 가만히 있을 리 없다. 4년 넘은 지금까지도 지명 변경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북유럽 리투아니아는 과거 수백년간 제정 러시아, 20세기 들어선 그 후신인 소련의 지배를 받았다. 당연히 지금의 러시아를 대하는 감정도 좋지 않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자 리투아니아 정부는 수도 빌뉴스에 있는 러시아 대사관 앞 도로명의 영어식 표기를 ‘우크라이나 영웅의 길’(Ukrainian Heroes Street)로 바꿔 버렸다. 러시아 외교관이나 대사관 방문객들에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저지른 일을 잊지 말자’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다. 러시아 입장에선 불쾌감과 더불어 모멸감을 느낄 법하다.

 

북한인권단체 뉴코리아여성연합이 미국 뉴욕에 있는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 앞 도로를 ‘웜비어길’로 지정하기 위한 운동을 본격화했다. 2016년 북한에 억류됐다가 이듬해 석방 직후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를 추모하기 위해서다. 이 단체 회원들은 뉴욕시장 및 시의회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같은 취지를 설명한 데 이어 17일에는 북한 대표부 앞에서 웜비어 7주기 추모 행사와 더불어 북한의 반인권 범죄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웜비어의 부모도 감사의 뜻을 표했다고 하니, 그들의 간절한 바람이 뉴욕시민들의 마음을 움직이길 기대한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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