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친구 생일이라 다같이 모여 축하하고 있어요. 원래도 과일소주를 좋아하는데, 이렇게 한국식 바베큐와 함께 마시는 것을 제일 좋아합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따히엔 맥주거리에 위치한 한 식당에서 만난 대학생 부 티 땀(21)씨는 친구들과 소주잔을 부딪히며 이같이 말했다. 하이트진로의 ‘자몽에이슬’, ‘청포도에이슬’을 마시던 땀씨는 “베트남 대부분 마트에서 소주를 팔고 있다. 이제는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소주를 마신다”며 “원래 술을 마실때 얼굴이 쉽게 붉어지는 편인데 과일소주는 도수가 상대적으로 낮아 좋다”고 말했다.
맥주거리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땀씨처럼 ‘초록병’에 담긴 과일소주를 즐기는 현지 젊은이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 술을 판매하는 음식점 78개 업소 가운데 64곳에서 소주를 판매하고 있었다. 술잔을 머리 위로 한 바퀴 돌려서 마시거나 소주병 ‘인증샷’을 남기는 등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소주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은 모습이었다. 맥주거리에서 한국식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광욱씨는 “소주 인기가 높아지면서 매년 매출이 10∼15% 증가하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소주 매출 80%가 과일소주고 나머지 20%가 참이슬과 진로이즈백”이라며 “한국 드라마로 본 현지인들이 ‘소맥’을 만들어 마시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유흥시장 공략 나선 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는 이처럼 유흥 채널을 적극 공략해 해외 매출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그동안 하이트진로는 국가 전역으로 진출이 용이하도록 대형마트·편의점 등 가정 채널을 중심으로 영업 성과를 내왔다. 2019년 62.9%였던 가정 채널 수출 비중은 지난해 71%까지 끌어올렸으며, 베트남 마트 내 입점률은 90%에 달한다. 실제 이날 방문한 현지 마트에서는 주류 판매대의 주요 위치를 하이트진로의 과일소주가 차지하고 있었다. 하이트진로의 과일소주가 인기를 끌면서 ‘태양소주’, ‘친소주’ 등 베트남, 태국 같은 동남아 기업이 만든 이른바 ‘유사소주’도 27개 브랜드, 170가지 이상에 달한다. 보드카로 유명한 스미노프와 싱가포르 타이거맥주도 소주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을 정도다.
이처럼 가정 채널을 통해 ‘소주 세계화‘를 이룬 하이트진로는 ‘진로’ 브랜드의 대중화와 지속성장을 위해서 엔데믹 이후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는 유흥 채널로 영업 목표를 확장했다. 이를 위해 최근엔 로컬 프랜차이즈 계약과 지역 내 핵심 상권을 우선 공략하고 거점 업소 및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는 등 공격적인 영업 활동을 펼치고 있다. 스포츠 구단과 영화제 후원 등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도 알렸다. 황정호 해외사업본부 전무는 “2016년 소주의 세계화를 내걸고 유통사와의 협업을 통한 가정채널 공략을 시작해 현재는 대부분의 유통사에 입점이 다 된 상황”이라면서 “이제는 유흥채널 공략을 통해 가정채널에 유통된 제품의 회전 주기를 높여야 할 시기”라고 설명했다.
◆해외 생산으로 가격 현지화
장기적으로는 베트남 현지에 공장을 세워 원가 경쟁력을 높여 동남아 시장 공략을 가속화한다. 이날 하이트진로의 해외시장 전진기지가 될 타이빈성 그린아이파크 산업단지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정성훈 진로소주 베트남법인장은 “진로의 대중화를 위해 현지 생산 공장을 구축하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린아이파크 산업단지는 국제 항구도시인 하이퐁에서 약 40분 거리에 위치해 있고, 노이바이 국제공항과 1시간 거리, 하노이 시내에서 2시간 거리에 위치한 교통 요충지로 물류 접근성 확보에 용이하고 노동력도 풍부하다.
공장 부지 면적은 8만2000㎡로 축구장 11배에 이른다. 국내의 주력 소주 공장인 이천 공장보다도 규모가 더 크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말까지 공장 설계와 인허가를 마치고 내년 1분기에 착공할 계획이다. 생산은 2026년 2분기부터 시작된다. 초기 목표 생산량은 연간 100만 상자(3000만병)로, 이는 올해 소주 해외 판매량 목표의 약 17%를 차지하는 양이다.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한 과일소주를 동남아를 중심으로 전 세계로 수출하게 되며, 추후 라인 확장을 하며 동남아 시장의 생산·유통 거점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황 전무는 “물류비·세금 등의 영향으로 한 병에 2만원에 판매되는 곳에서도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교환가치에 부합해야 한다”며 “현지 생산에서 오는 이점을 소비자에게 돌려주면서 진로의 대중화를 이루는 것이 해외 공장의 기본 콘셉트다. 제품 가격 현지화는 시장 확장을 위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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