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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억압을 둘러싼 투쟁… 문화대혁명은 현재진행형

입력 : 2024-06-22 06:00:00 수정 : 2024-06-20 21: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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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장례/ 타냐 브레니건 지음/ 박민희 옮김/ 마르코폴로/ 2만5000원

 

중국의 근현대사는 태평천국의 난, 난징대학살 등 일본 강점기, 대약진 운동과 그로 인한 기근, 문화대혁명(문혁) 등 큰 굴곡을 많이 겪었다. 그중 문혁은 현재의 중국 정치·사회, 시민들에 미친 영향이 큰 사건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 중국 특파원을 지낸 타냐 브레니건은 신간 ‘기억의 장례’를 통해 “문혁을 제대로 알지 않고서는 중국을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한다.

타냐 브레니건 지음/ 박민희 옮김/ 마르코폴로/ 2만5000원

마오이즘의 광신주의가 10년간(1966∼1976년) 지속한 문혁은 어떻게 정의될 수 있을까.

폭력과 증오가 국가를 공포에 떨게 했고 주요한 지도자와 사상가들이 살해됐다는 점은 일견 소련의 스탈린주의 숙청과 유사하다. 그러나 그 과정을 세세히 들여다보면 ‘한 줄 정의’가 어렵다. 문혁에는 대중의 열광적인 참여가 있었고, 동족을 죽이는 행위가 벌어졌다. 아이들은 부모에게 등을 돌렸고 학생들은 교사를 비난했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가 수차례 바뀌며 전 계층, 전 직종, 전 세대에 거쳐 영향을 끼쳤다.

그렇게 200만명이 정치적인 이유로 목숨을 잃고, 수천만명이 배척되고 투옥됐다. 특이한 점은 잔혹하고 끔찍한 이 시기의 기억이 ‘빈 공간’으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한 중국인은 문혁 기간 가족이 겪은 처절함은 기억하면서도 존경하는 지도자로 ‘마오쩌둥’을 거리낌 없이 꼽는가 하면, 16살에 어머니를 고발해 죽게 했고 지금은 어른이 된 한 변호사는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도 있지만 자신 역시 문혁의 희생자이며, 결국 자신의 사상을 바로 잡지 않은 어머니에게 책임을 돌리는 모순된 모습을 보인다.

저자는 이러한 망각이 공식적인 탄압과 개인적인 트라우마가 공모해 국가 기억 상실을 초래한 것을 지적한다. 특히 시진핑 시대 들어 중국 공산당의 무오류가 강조되면서 문혁에 대한 기억과 반성은 더 어려워졌다. 공산당의 어두운 역사에 대해 언급하는 것 역시 역사 허무주의로 처벌 대상이다.

문혁을 경험하며 ‘세계관’이 완성된 권력이 목적에 맞게 역사와 기억을 재조립하고, 문혁의 기억을 가지고도 ‘비판 의식’이 소멸된 개인들이 존재하는 한, 중국에서 문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셈이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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