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한 신협에서 흉기를 들고 직원을 위협해 3900만여원을 훔친 뒤 베트남 카지노로 도주했던 50대 남성에게 항소심 재판부가 징역 5년을 선고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고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박진환)는 특수강도 및 상습도박 혐의를 받는 A씨(48)의 항소심에서 검사와 A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징역 5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8월18일 오전 11시58분쯤 대전시 서구 관저동에 위치한 신협에서 소화기를 뿌리고 흉기로 여직원을 위협해 현금 3900만여원을 빼앗아 베트남으로 도주한 혐의를 받아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헬멧을 쓰고 나타났으며 미리 준비한 오토바이를 타고 달아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해당 오토바이는 훔친 물품이었으며 중간에 택시 등 이동 수단을 여러 번 바꿔 도주해 수사망에 혼선을 줬다.
심지어 A씨는 옷을 여러 차례 갈아입거나 장갑을 낀 상태로 지문을 남기지 않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경찰의 수사망을 피한 그는 같은달 20일 당일 예매가 가능했던 베트남 항공권을 구매해 달아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3000여대를 분석해 다음날인 21일 그의 신원을 특정하고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 공개 수배에 나섰다. 이후 9월10일 ‘카지노에서 용의자를 봤다’는 현지 한인의 제보를 받은 경찰은 잠복수사 끝에 그를 긴급체포했다.
조사결과 A씨는 2021년부터 약 2년6개월간 46551회에 걸쳐 인터넷 불법 도박을 상습적으로 했던 것을 발견했다. 그는 별다른 직업 없이 지인들에게 수억원씩 돈을 빌려 총 40억원의 빚 독촉에 시달리자 청원경찰이 없는 은행 지점을 노려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검찰은 A씨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한 바 있다. A씨는 “어린아이와 암 투병 중인 아내가 저의 죄로 인해 많은 멸시를 당하고 힘들어한다”며 “죄송하고 염치없지만, 고통 속에서 지쳐가는 이들을 포기하지 않게 해달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1심 재판부는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면서도 “직접적 폭행은 없었고 강취 금액을 전부 배상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징역 5년을 선고했다.
A씨와 검사는 모두 양형 부당을 이유로 1심 판결에 불복했다. 이들은 항소를 제기했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도 같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양형을 새로 정할만한 사정 변경이 없고 원심이 합리적으로 형량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기각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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