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측 “국내 재배 장소 부족…표기법 따랐다”
지난 21일 서울 중구 A 대형마트 두부 코너를 찾은 주부 임서영(35)씨는 원산지를 살펴보고는 눈을 의심했다. ‘유기농 두부’ 라고 표기한 두부 제품의 원산지가 외국산 일색이었기 때문이다. 임씨는 “아기 이유식용 유기농 두부를 찾고 있는데 원산지가 국가별로 정확하게 기재돼 있지 않다”며 “아기에게 먹여도 되는지 걱정 된다”고 토로했다.
이날 A 마트에서 판매중인 두부 제품 20여종의 원산지를 살펴본 결과, 상당수가 98~100% 외국산 대두를 사용한다고 표기돼 있었다. 국내시장 점유율 1위인 B 업체 ‘유기농 두부’의 경우 원산지가 호주, 캐나다, 중국 등 외국산으로 표기돼 있었다. 원재료명 및 함량은 유기농대두 98.85%다. 사실상 원재료가 100% 외국산인 셈이다.
주부 최미숙(32)씨는 “유명 국내 브랜드 제품조차 원재료가 외국산 일색일 줄은 몰랐다”며 “국가별 대두 성분과 함량이 명확하지 않아 제품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A 마트 관계자는 “유명 두부 브랜드 중에 100% 국산콩으로 빚은 두부는 찾기 어렵다”며 “대부분이 외국산 대두를 사용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국내 두부 시장 점유율 약 40%를 차지하고 있는 B 업체는 지난해 두부의 국산콩을 특등급으로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물가 상승으로 인한 원재료비 변동 등으로 국산 유기농 두부 제품화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B 업체 관계자는 “국내에서 대규모로 콩을 재배할 장소가 부족해 국산 유기농 두부를 생산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그래도 국내 브랜드라는 책임감에 전체 두부 제품 중 45~50%가량은 국산콩을 주원료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산지 표기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농림축산식품부 기준을 따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농산물원산지 표시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원료 원산지가 자주 변경되는 경우 원산지 국가명을 3개국 이상 함께 표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국가별로 원산지가 나열되면) 소비자들의 혼선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생산지나 비율까지 모두 기입하면 이후 변동이 생겼을 때 포장지를 폐기해야 하는 등 기업의 원가 부담이 크다“며 “외국산이라고 품질에 이상이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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