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와치 그룹의 스와치(Swatch)가 일본 유명 그래픽 아티스트 '베르디'(VERDY)와 협업한 제품을 출시했다.
VERDY는 세계 패션계에서 주목 받는 그래픽 아티스트로 스트릿 패션을 선호하는 MZ세대 사이에서 유명한 브랜드이기도 하다.
스와치는 VERDY와 협업해 대표 캐릭터 '빅'(Vick)과 '비스티'(Visty), 시그니처 문구 ‘Girls Don’t Cry’, ‘Wasted Youth’ 등으로 디자인 된 시계를 출시했다.
기자가 직접 언박싱한 ‘스와치X베르디’의 첫 느낌은 ‘이게 MZ 감성인가?’ 였다. 이제 불혹의 나이에 가까운 기자의 입장에선 다소 소화하기 힘든 스타일이었다.
베르디의 상징인 판다-토끼 캐릭터 빅이 검은색 스트랩에 담겼고, 대표 캐릭터 비스티는 연두색 스트랩에 그려졌다. 또한 베르디가 아내를 위해 디자인한 아트워크 ‘걸스돈크라이(Girls Don’t Cry)’는 여성을 위한 디자인으로 투명한 케이스와 스트랩이 특징이다.
VERDY 브랜드를 좋아하거나, 기자보다 한참 어린 10대에게 잘 어울릴 법한 디자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와치는 VERDY 컬렉션 이외에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을 통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한다. 대표적으로 VERDY처럼 여러 아티스트와 협업한 제품들이다.
대표적으로 스와치는 뉴욕 모던아트 미술관과 협업한 ‘SwtachXMoMA’ 에디션은 우리에게도 친숙한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과 구스타프 클림트의 <희망2> 디자인이 포함됐다. 이 밖에도 직접 구매한 스와치 장미셸 바스키아 에디션도 잘 알려진 협업 제품이다.
또한 스와치는 같은 스와치 그룹에 소속된 브랜드의 시그니처 모델과 협업한 제품을 출시한다. 몇년전 부터 오늘날까지 인기를 끌고 있는 문스와치(MoonSwatch)가 대표적인 사례다.
스와치는 오메가(Omega)와 협업해 최초로 달에 간 시계(문워치)인 스피드마스터(Speedmaster) 디자인으로 출시했다. 이 문스와치의 오늘날에도 인기가 이어지면서, 스와치는 최근 미 항공우주국(NASA)의 공식 마스코트인 ‘스누피’를 문스와치 에디션으로 출시하기도 했다.
스와치는 그룹 내 브랜드와의 협업 마케팅에 재미가 생겼는지, 하이엔드 브랜드인 블랑팡(Blancpain)의 ‘피프티패덤즈’(Fifty Fathoms) 모델을 베이스로 한 시계도 출시했다.
◆시계 산업의 폭스바겐 그룹…‘스와치 그룹’ 경영전략
오늘날 글로벌 시계 산업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는 스와치 그룹(SWATCH GROUP)의 시작은 1983년으로 의외로 오래되지 않았다.
1970년대 일본 세이코(Seiko)의 배터리식 쿼츠(Quartz) 무브먼트 보급으로 스위스의 기계식 시계 산업이 말 그대로 멸망까지 몰리면서, 일부 스위스 시계 브랜드는 ‘합종연횡’으로 생존을 도모했다.
스위스 시계 브랜드들이 연합해 하나의 그룹으로 뭉치면서, 스와치라는 ‘엔트리’ 브랜드부터 브레게(Breguet)라는 ‘하이엔드’ 브랜드까지 라인 전체를 아우르게 됐다.
자동차로 비유하자면 스코다부터 아우디, 포르쉐, 람보르기니, 벤틀리 등 중저가부터 초고가 승용차 브랜드까지 가지고 있는 폭스바겐 그룹이다.
이 같은 규모의 경제는 시계에 입문할 경우 스와치 그룹으로 시작해 스와치 그룹으로 끝낼 수 있게 됐다. 스와치 그룹에 대한 충성도 향상은 물론 생산 과정을 일정 부분 공유한다는 점에서 품질에 대한 신뢰성도 커지게 된다.
특히 스와치 그룹의 품질을 책임지는 곳은 브레게도 오메가도 아닌 ETA다. 스와치 그룹에 속해있는 ETA는 도착예정시간은 아니고, 시계의 엔진에 해당하는 무브먼트를 제조하는 회사다.
ETA는 스와치 그룹이 시작된 1983년부터 한배를 탔는데, 이 점이 다른 시계 브랜드 그룹과 차별성을 달리하는 포인트가 됐다.
ETA는 다른 무브먼트 브랜드에 비해 값도 저렴하면서 잘 고장이 나지 않은 품질 측면에 있어 혁신적인 기업이었다. ETA의 대표적인 무브먼트 모델인 ‘ETA 2824’, ‘ETA 2892’, ‘ETA 7750’을 쓰지 않은 스위스 시계 브랜드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스와치 그룹의 시계에 들어가는 무브먼트는 물론 스와치 그룹에 속하지 않은 경쟁 기업에서도 가격과 품질 측면에서 우위인 ETA 무브먼트를 구입할 수 밖에 없었다. 자체적으로 무브먼트를 개발하자니 너무나 많은 개발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웠고, 설령 개발한다 해도 가격이나 품질 측면에 ETA보다 나을거라 장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2014년 기준 스위스 무브먼트 시장에서 ETA의 점유율은 무려 72%로 집계됐다. 이 중 48%는 스와치 그룹 내부에서 소비했고, 24%는 경쟁 기업에 판매한 수치다. ETA가 무브먼트 공급을 중단하면 사실상 그 시계 브랜드는 망할 수 밖에 없는 구조로, ETA는 ‘슈퍼 을’로 군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스와치 그룹은 2002년부터 '우리가 원하는 업체에만 베이스 무브먼트를 공급하겠다'는 선언을 했다. 이후 ETA는 꾸준히 외부 공급을 줄이면서, 이른바 ‘에보슈 파동’을 일으켰다.
이 같은 스와치 그룹의 의도는 무브먼트 기술 개발을 등한시 한 채 ETA의 베이스 무브먼트만 구입해 껍데기만 씌워 파는 시계 산업에 내린 극약 처방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치킨게임’으로 스위스 공정위의 조사를 피해갈 순 없었다.
오늘날 ETA는 공급을 줄인데다가 대체 무브먼트 기업인 셀리타(Sellita)의 성장으로 20%대 점유율에 그치지만, 외부 기업으로의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방침은 여전히 유효하다.
덕분에 스와치 그룹은 ETA 무브먼트를 규모의 경제로 원 없이 사용하는데, 덕분에 엔트리 브랜드인 티쏘(Tissot)가 큰 혜택을 보고 있다. 그룹 내 하이엔드 브랜드인 블랑팡에 들어가는 ETA 무브먼트를 티쏘도 쓰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티쏘가 오늘날 품질이 좋은 입문용 시계로 통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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