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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감싼 英 극우 정치인 향해 “처칠이 노할 일”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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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6-22 13:00:13 수정 : 2024-06-22 13: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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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절 패라지 “전쟁은 서방이 자초한 일”
여야 할 것 없이 ‘망언’ 규정하고 극력 성토

영국의 대표적 극우 정치인 나이절 패라지(60)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가리켜 ‘서방이 자초한 일’이란 취지로 말했다가 거센 역풍을 맞았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요구하는 브렉시트당 대표를 지낸 패라지는 현재 영국개혁당 대표를 맡고 있다.

 

21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패라지는 이날 BBC에 출연해 인터뷰를 했다. 패라지가 이끄는 개혁당은 7월4일로 예정된 하원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이 급등해 일부 여론조사에선 노동당에 이어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영국의 극우 정치인 나이절 패라지. 게티이미지 제공

패라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나는 그를 인간적으로는 싫어하지만 러시아라는 광대한 나라를 운영하는 정치 지도자로서는 숭배한다”고 답했다. 2014년 당시 유럽의회 의원이었던 패라지는 자신이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 발발을 예언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 소유 크름반도를 강탈해 자국 영토로 편입시켰으며, 이 과정에서 우크라이나는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도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

 

패라지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EU가 1990년대 냉전 종식 후 자꾸만 동쪽으로 확대한 것이 러시아를 자극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이는 푸틴의 논리와 사실상 같다. 그는 심지어 “우리가 이 전쟁을 도발했다”(we provoked this war)는 표현까지 썼는데, 나토와 EU의 동진에 불안을 느낀 푸틴으로선 전쟁을 결심할 수밖에 없었다는 의미로 들린다.

 

인터뷰 내용이 알려진 뒤 영국 정가는 여야 할 것 없이 패라지를 맹비난했다. 야당인 노동당의 존 힐리 의원은 “패라지는 우크라이나 국민을 위해 나서기는커녕 푸틴의 신발이나 핥고 있다”며 “수치스럽다”고 밝혔다. 여당인 보수당 의원으로 리시 수낵 내각에서 활동 중인 제임스 클레벌리 내무부 장관은 “패라지가 푸틴의 잔혹한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했다”고 비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고등군사학교 수료자들을 축하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눈길을 끄는 것은 보수당의 토바이어스 엘우드 의원의 반응이다. 그는 “처칠이 무덤에서 돌아설 일”이라며 “푸틴은 러시아에 유화적인 패라지의 얘기에 기뻐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보수당의 정신적 뿌리에 해당하는 윈스턴 처칠(1874∼1965) 전 총리를 내세워 패라지를 꾸짖은 것이다.

 

처칠은 히틀러의 나치 독일을 두고 영국의 네빌 체임벌린 내각이 유화정책을 펴던 1930년대에 이를 강력히 비판했다. 체임벌린의 노력에도 히틀러는 영토적 야심을 숨기지 않았고 결국 제2차 세계대전 발발로 이어졌다. 체임벌린의 뒤를 이어 영국 총리에 오른 처칠은 ‘히틀러와는 그 어떤 종류의 타협도 없다’라는 원칙 아래 전쟁 수행에만 매진한 끝에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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