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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사망’ 韓 32명 vs 日 1528명… 자연환경 비슷한데 왜?

입력 : 2024-06-24 07:00:00 수정 : 2024-06-24 08: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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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형 중앙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日, 폭염을 재난으로 간주 사례 다 집계
韓, 응급실 통한 의학적 진단에만 맞춰
과다 집계 보다는 과소 집계 부작용 커

온열질환, 사망까지 이르는 다양한 증세
열사병, 고막체온이 38.2도 넘으면 의심
체온 40도 넘어가면 ‘몸이 익어’ 큰 위험

32명(한국·2023년) VS 1528명 (일본·2020년).

최근 5년간 한국과 일본에서 가장 많은 온열질환자가 나온 해의 사망자 숫자다. 일본은 무려 한국의 50배에 달하는 사망자를 기록했다. 비슷한 위도와 비슷한 자연환경을 가진 두 국가에서 왜 이런 큰 차이가 발생했을까?

“일본은 소방재난관리청에서 폭염을 일종의 재난으로 보고 온열질환 사례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보고합니다. 온열질환이 의심돼 병원으로 이송된 사람들의 숫자를 모두 온열질환자로 분류합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질병관리청에서 전국 500여개 응급실 내원환자를 바탕으로 온열질환자 현황을 파악합니다. 실제로 의료진에 의해 진단명이 확인된 온열질환만을 온열질환자 통계로 집계하는 것이죠. 두 시스템 중 어느 하나가 좋다고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일본의 집계 방식이 과집계될 가능성도 있지만, 국민에게 경각심을 주고 국가적 노력을 집중하기 위한 근거가 된다는 장점이 있다는 점을 봐야 합니다.”

이완형 중앙대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20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온열질환자 및 사망자 수가 과소집계됐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지리학적 특성과 의료체계 수준 등을 감안하면 유사한 수준의 열사병이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매년 평균 20∼30여명의 온열질환 사망자가 발생하는 반면 일본의 경우 매년 1200∼15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된다.

이 교수는 “플로리다의 경우 (통계상으로는) 매년 20여명의 온열질환 사망자가 나오는데, 연구 결과 실제 사망자는 30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됐다”며 “한국처럼 온열질환 사망자를 의학적 진단(사망 당시 심부체온의 상승 확인)에 맞추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속적으로 더워지는 현실을 감안하면 과다 집계보다 과소 집계의 부작용이 더 크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일문일답.

―온열질환은 어떻게 정의되나.

“온열질환은 열사병, 열탈진, 열경련, 열실신, 열부종 등 다양한 용어를 포함한다. 이는 일반인들에게는 의미 있는 구분은 아니다. 열사병은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중증질환이고, 열경련은 휴식으로 회복 가능한 질환이다. 말하자면 온열질환은 누군가에겐 좀 쉬면 회복될 정도의 가벼운 질환과 누군가에겐 죽을지도 모르는 심각한 질환을 모두 포괄하는 셈이다.”

―가장 위험한 열사병은 어떻게 확인할 수 있나.

“열사병은 더위로 인해 심부체온이 상승한 상태를 묘사하는 의학 용어다. 체온이 40도를 넘게 되면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주게 돼 체온 조절 기능이 약화하고 순환기, 호흡기, 신경계, 소화기계 등 다양한 장기에 영향을 준다. 일반인이 병원에 갈 만한 상태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어렵다. 이를 구분하려다가 자칫 환자를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게 하는 요인이 된다. 언행이 불분명해지거나 숨이 가빠지고 심장이 빨리 뛰고, 두통이나 메슥거림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119에 신고하는 것이 좋다.”

―열사병 기준이 40도가 넘는 체온(직장 온도)인데, 일반 체온계로는 어떻게 되나.

“평상시 인체의 심부체온은 37도 전후, 구강체온은 심부체온보다 약 0.4도 낮고 고막체온은 약 0.8도 낮다. 단순계산으로는 고막체온이 약 38.2도 이상이면 심부체온 약 40도를 시사해 열사병을 의심할 수 있다. 고막체온은 (측정이)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측정자나 연령 등에 따라 차이가 크다.”

―독감, 코로나19 등 질병 시에도 고열이 나타난다. 인체의 발열과 외부에서 가해지는 고온은 어떻게 다른 영향을 미치나.

“발열은 감염이나 독소 등 발열원으로 인해 구강체온 기준으로 오전 6시에 37.2도, 오후 4∼6시에 37.7도를 초과하는 경우다. 이는 시상하부에 의한 열조절 수준이 상승한 상태로, 우리 몸이 일부러 체온을 높게 세팅하는 셈이다. 이 경우 우리 몸은 다소 힘들겠지만 두통, 가려움 등 병균과 싸우는 힘을 보강하는 역할을 한다.”

―고온에 노출될 경우 인체는 어떤 변화를 겪나.

“폭염 등으로 발생하는 고체온증은 체온 조절 기능이 아예 고장 난 상태다. 쉽게 말하면 ‘몸이 익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얼음물에 담그는 등 체온을 낮추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미 익고 난 뒤에는 그 어떤 치료나 조치도 극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사람이 익는 것은 계란 후라이처럼 바싹 구워지는 게 아니라 체온이 40도가 넘어가면 익는다고 본다.”

―온열질환은 어떤 사람이 신경 써야 하나.

“온열질환의 취약 집단은 두 가지로 나뉜다. 바로 약한 사람과 나쁜 환경이다. 노약자, 만성질환자들 등은 신체 기능이 저하돼 폭염에 노출될 경우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는 약한 사람들이다. 나쁜 환경은 폭염에 더 많이 노출되는 환경이다. 우리나라는 약한 사람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노력은 많은 반면 나쁜 환경을 개선하는 노력은 부족하다.”

―나쁜 환경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옥외작업 환경의 경우 나쁜 환경의 대표적인 예시다. 무더운 날 밖에서 근무하는 분들은 본인이 스스로 작업시간과 장소를 임의로 바꾸기 어렵다. 폭염 대비 행동요령에도 무더운 날 야외활동을 자제하라고 권고하지만 근로자는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신체적으로는 건강할지라도 근로 시간과 장소를 임의로 택하기 어려운 근로자들이 온열질환에 더욱 취약하다는 보고가 많다.”

―장소만 문제인가.

“최근에는 실내 작업이라고 하더라도 폭염에 취약할 수 있다고 본다. 폭염 노출 외에 신체 활동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신체 활동이 많은 택배, 물류, 건설 등 작업의 경우 작업장소가 실내면 폭염의 노출은 다소 줄어들겠지만 신체 활동의 증가로 인해 인체의 전체 부담은 더 클 수 있다. 건강해 보이는 사람이 폭염에 취약할 수 있다는 아이러니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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