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무기지원 수준 러에 달려
한·러관계 복원 위해 심사숙고를”
우크라 155㎜ 포탄 수요 많아 … 국산 드론 지원 가능성도
정부, 그간 한·러관계 악화 고려
살상무기 직접 지원 안 했지만
북·러 밀착 강화되자 강경 모드
우크라 전장 드론 소모율 높아
전자전 장비도 유용하게 쓰여
정부가 북·러 군사협력에 대해 러시아에 강도 높은 경고를 보냈다. 러시아의 움직임과 연계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기조를 결정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러·북 군사협력이 실현될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모양새다.
대통령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23일 KBS에 출연해 러시아의 북한 군사협력과 관련, “러시아가 고도의 정밀무기를 (북한에) 준다면 더 이상 어떤 선이 있겠느냐”고 밝혔다. 한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재검토 방침에 대해 “어떤 무기를 제공할 것이냐는 것은 살상무기든 비살상무기든 기술적 진보 등에서 여러 단계의 조합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러시아 측이 하기 나름이다.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 나오느냐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리 무기 지원의 조합이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 실장은 이날 여러 차례 러시아에 대한 경고를 내놨다. 그는 “한·러 관계를 (우크라니아) 전쟁 후에 다시 복원·발전시키고 싶으면 러시아 측이 (북한 지원에) 심사숙고하라”고 했고, “러시아가 국제사회에서 완전히 고립되거나 외톨이가 되거나 제재를 받거나 그런 상황이 아니게 전쟁이 마무리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또 “러시아가 위조화폐, 가짜담배, 최근 해킹이나 가상화폐까지 털어가는 그런 북한 같은 나라랑 저런(군사기술) 협력을 한다, (러시아) 자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국제사회에 어떻게 비칠지, 러시아와 파트너를 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장 실장은 다음달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와 과련해선 북·러 군사협력 문제가 “이미 한반도나 동북아시아 문제만이 아니라 유럽을 포함한 국제적 문제가 되어 있기 때문에 당연히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크라이나는 2022년 러시아의 침공 초기부터 한국에 무기 지원을 요청해 왔다. 지대공미사일과 대전차미사일을 비롯해 한국군이 북한과의 전투를 고려해 운용하고 있던 옛소련 적성무기, 러시아와의 불곰사업을 통해 들여온 러시아산 전차와 장갑차에 이르기까지 그 대상도 다양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측도 탄약 등의 무기를 우크라이나로 보내줄 것을 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무기 수요가 폭증했지만, 우크라이나 정부나 서방 측의 역량으로는 이 같은 수요를 모두 충족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한·러 관계를 고려해 우크라이나에 방독면이나 헬멧, 지뢰제거장비, 구급차, 방탄복 등 비살상 물품 위주로 지원했다. 살상무기의 경우에는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지원하는 미국에 포탄을 빌려주는 방식의 우회지원만 했을 뿐 직접 지원에는 선을 그었다.
하지만 북·러 군사협력이 실현될 가능성이 현실화하면서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가 긍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전략적 모호성 차원에서 말을 아끼고 있으나,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대비하는 군사적 능력에 영향을 미칠 위험을 차단하면서도 실질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지원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을 적대국으로 분류하는 북한이 한국을 상대로 다양한 방식의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대비태세 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예전에 우회지원 대상이었고, 현재 상황에서도 유력한 지원 품목으로 꼽히는 155㎜ 포탄은 우크라이나에서 여전히 수요가 많다. 우크라이나와 미국도 포탄을 더 보내주기를 원하고 있다. 155㎜ 포탄은 국내 비축분이 많지만 한국군의 대북 군사대비태세 유지에 필요한 수량을 제외하면, 단기간 내 지원가능한 물량은 예상보다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 생산해서 보낼 수도 있으나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대통령실이 우크라이나에 155㎜ 포탄을 지원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에 선을 그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드론 지원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드론 전쟁’이라 불릴 정도로 드론이 널리 쓰이는 전장이다. 우크라이나는 군용은 물론 레저용 드론까지 개조해서 전장에 투입하는 모양새다. 전장에서의 드론 소모율이 매우 높은 점을 감안하면 국내에서 생산되는 드론이 지원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군 드론과 정밀유도폭탄을 무력화하는 전파방해장비는 비살상무기이지만 러시아군 작전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 러시아군 전자전 공격을 저지하는 장비나 기술도 지원이 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강도 높은 전자전을 펼치고 있다. 그만큼 전자전 장비나 기술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다. 야간투시경을 비롯한 감시장비나 서방 측이 지원한 지상장비의 부품 등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일각에선 주한미군이 사용하는 탄이나 장비 등을 우크라이나로 보내고, 그 공백을 한국군이 어떤 방식으로든 대체해 주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는 한국이 직접 지원에 나서지 않으면서도 우크라이나군이 당장 쓸 수 있고 장병들이 익숙해하는 무기를 확보하는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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