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반대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 부재가 넉 달 넘게 이어지면서 경영난에 허덕이는 대학병원들이 신규 간호사 채용을 중단했다.
24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보통 상반기 ‘빅5' 병원(서울대·서울아산·삼성서울·세브란스·서울성모병원) 등 주요 대학병원이 간호사 모집 공고를 내고, 하반기 일부 대학병원과 종합병원 등이 채용을 시작한다. 하지만 전공의 비중이 높은 '빅5' 병원을 비롯한 주요 대학병원들은 상반기 채용 공고를 내지 않았다. 신규 간호사 채용 의사를 밝힌 대학병원은 중앙대병원이 유일하다.
올해 2월 간호대를 졸업한 학생들의 취업문이 막힌 것은 대학병원들이 신규 인력을 채용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대학병원들은 전공의 공백에 따른 인력 부족으로 입원·수술 환자 수를 대폭 줄이면서 하루 수십억 원 이상의 적자가 지속적으로 쌓이고 있다.
그동안 병원들은 고질적인 저수가 체계에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전문의 대신 전공의의 최저임금 수준(시간당 1만2000원)의 값싼 노동력에 의존해왔다. 인력 부족으로 입원·수술 등이 대폭 줄어든 가운데 전체 의료 수익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인건비는 고정적으로 지출되면서 적자폭이 확대되고 있다.
서울의 주요 대형병원들은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병동 통폐합이나 운영 잠정 중단, 병상 가동률 축소 등에 나섰다. 대기 간호사 발령도 무기한 연기했다.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등은 재직 중인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무급휴가 신청도 받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매년 면허증을 취득하는 신규 간호사 수는 2만여 명에 달한다"면서 "빅5 병원은 해마다 세 자릿수 규모로 신규 간호사 채용을 해왔는데, 올해는 상반기는 물론 하반기에도 채용이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간호대생들은 휴학을 하고 졸업을 늦추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대학을 졸업한 후 취업을 할 수 있을까 불안해 하기 보다 대학을 다니면서 취업을 준비하면 졸업 예정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신규 채용에도 지원할 수 있어 유리하다는 것이다.
의료계와 정부가 넉 달 넘게 대치 중인 가운데, 사태 장기화로 병원의 경영난이 더 악화하면 향후 간호사 뿐 아니라 다른 보건의료 직군으로 구인난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방의 한 대학병원 A 교수는 "간호사 뿐 아니라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등 보건의료직군이 병원 취업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 전체 보건의료계열의 실업률이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설령 향후 사태가 해결돼 전공의들이 병원으로 돌아온다 하더라도 병원이 비상경영을 하는 과정에서 쌓인 보건의료 직역 간 갈등의 골이 깊어 이를 해소하는 것도 과제라는 목소리도 있다.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 B 관계자는 "무급휴직 시행, 입사 연기 등으로 병원 직원 간 갈등이 적지 않다"면서 "사태가 잘 해결된다 하더라도 사태가 발생한 2월 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협업이 잘 될 수 있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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