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헌혈의집 중앙센터에서 이승기(68) 씨가 700번째 헌혈을 마쳐 화제가 되고 있다. 그가 700번째 헌혈을 마치고 일어서자 곳곳에서 “고생하셨어요”라는 인사와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씨의 700번째 채혈을 한 간호사는 이씨에게 ‘영광’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23세인 1979년 첫 헌혈을 한 이후 45년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많은 생명을 살렸다. 그렇게 모은 헌혈증서 200장과 헌혈할 때마다 1만원씩 모아 마련한 700만원을 대한적십자사에 기증했다.
이 씨는 처음에는 다른 이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단순한 마음으로 헌혈을 시작했다고 했다. 하지만 환우회를 통해 백혈병, 심장병 환자들을 만나며 점점 책임감을 느꼈다고 한다.
1987년 백혈병을 앓는 20대 여성에게 혈소판 헌혈을 한 이후 환자의 아버지로부터 여성의 완치 소식을 듣고 헌혈을 멈춰서는 안되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이후 그는 과거 전혈(혈액의 모든 성분을 채혈하는 것)만 가능하던 때에는 두 달에 한 번, 1990년 이후 성분 헌혈이 가능해진 뒤로는 거의 2주에 한 번꼴로 혈액원을 찾았다.
아마추어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다는 이씨는 혹여나 헌혈을 못 하게 될까 봐 해외여행도 포기했다. 이씨는 “최근에 구로 사진 동아리 회원들이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으로 5박 7일 해외 출사를 갔는데 저는 헌혈을 해야 해서 가지 않았다”며 “전혀 아쉽지 않다. 헌혈 정년인 만 69세가 지나고 여행을 다닐 계획”이라며 말했다.
만 69세인 이 씨는 헌혈 정년을 이제 18개월 남겨두고 있다. 이씨는 “저출산으로 헌혈자는 줄고, 고령화로 수혈자는 늘고 있다. 헌혈 정년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사랑의 헌혈에 동참해주세요. 헌혈하는 당신이 진정한 영웅’이라는 문구가 적힌 명함을 항상 품에 지니고 다니고 있다. 뒷면에는 4년 전 600번째 헌혈을 했던 사진이 자리했다.
아울러 이 씨는 헌혈 정년이 늘어난다면 죽을 때까지 헌혈하고 싶다는 계획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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