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성물질 확산 치명적… 피해 눈덩이
근로자 2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 화성시 리튬배터리 제조공장 화재는 역대 최악의 화학공장 사고로 남게 됐다.
화학공장에서 취급하는 화학물질은 불에 취약해 불이 나면 폭발 등과 함께 대규모 ‘화마’로 커질 확률이 높다. 전국 산업단지 등 곳곳에 화학공장이 분포해 있고, 이 중엔 영세업체도 많다. 안전관리를 철저히 하더라도 한 번 화재가 발생하면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24일 소방청 등에 따르면 지금까지 발생한 화학공장 사고 중 최대 인명피해는 1989년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 내 럭키화학 폭발 사고였다. 사망자만 16명이었고 부상자는 17명이었다. 이번 화성시 배터리 공장 화재 사고 사망자가 20명을 넘기면서 럭키화학 폭발 사고 인명피해를 뛰어넘는 최악의 화학공장 참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화학공장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랐다. 2011년 8월17일 울산 석유화학공단 내 현대EP 울산공장에서는 유증기가 폭발해 근로자 3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같은 해 8월27일 경북 구미시 공단동의 TK케미칼 공장에서는 화학물질 헵탄이 폭발해 7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2012년 8월23일 충북 청주시 LG화학 청주공장 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물질 공장에서는 폐용매 드럼통이 폭발해 8명이 숨지고, 10명가량이 다쳤다. 같은 해 9월27일에는 경북 구미시 국가산업단지 내 화학물질 제조업체인 휴브글로벌에서 20t짜리 탱크로리에서 불화수소산(불산)이 누출돼 5명이 목숨을 잃고 16명이 부상했다. 2013년에는 여수산단 대림산업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나 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다쳤다.
2021년 12월13일 여수산단 내 석유화학제품 제조공장인 이일산업에서 발생한 화재는 작업자 3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액체 화학물질을 저장한 고정식 탱크가 터지며 불이 났다. 2022년 2월11일 여수산단 여천NCC 공장에서는 열교환기 시험가동 중 폭발이 발생해 4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같은 해 9월30일 경기 화성 화일약품 공장에서도 폭발 사고가 나 1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다.
독성물질 확산은 화학공장 사고가 치명적인 이유 중 하나다. 2012년 휴브글로벌 불산 누출 사고 당시 불산 가스가 주변으로 퍼지며 인근 주민 1500여명이 병원 치료를 받았다. 농작물 피해도 135㏊에 달했다. 2008년 3월1일 경북 코오롱유화 김천공장의 탱크 폭발 사고는 근로자 2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 사고로 유해 화학물질인 페놀이 대구·경북지역 상수도 취수원인 낙동강으로 흘러들어 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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