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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대통령 30년 만에 美 핵항모 승선… 北·러 밀월 강력 경고

입력 : 2024-06-25 19:00:00 수정 : 2024-06-25 21:3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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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기념식… 말·행동으로 압박

‘퇴행의 길’·‘마지막 동토’·‘인권 탄압’…
北, 러 파병 가능성에 엄중 메시지 보내
尹, 부산 입항 루스벨트 승선 장병 격려
러 “北·러 조약, 韓 겨냥한 것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25일 북·러 정상회담 이후 처음으로 직접 양국을 향해 높은 수준의 경고를 쏟아냈다. 부산에 입항한 미군 전략자산인 항공모함에 한국 대통령으로는 30년 만에 승선해 북·러 밀월 관계에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도 발신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부산 해군작전기지에서 미 해군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즈벨트함에 승선해 비행 갑판을 시찰하고 있다. 루즈벨트함은 한국·미국·일본의 첫 다영역 군사훈련인 '프리덤 에지' 참여를 위해 지난 22일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입항했다. 대통령실 제공

◆북·러 밀월에 말과 행동 동시경고

 

윤 대통령이 이날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6·25전쟁 74주년 기념식에서 러시아에 대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국가라고 직접 언급한 것은 북·러가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한 이후 북한의 러시아 파병 가능성 등 군사협력 수위가 높아지는 것을 겨냥한 엄중 경고로 풀이된다.

 

제성훈 한국외대 노어과 교수는 통화에서 “지난해 10월 북·러 외교장관 회담에서 러시아는 ‘일본 식민지에서 조선이 독립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 소련’이라고 말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최근 노동신문 기고에서 양국이 함께 싸웠다는 걸 강조했다”며 “이 같은 흐름을 보면 북한이 러시아에 의용군 형태의 파병 가능성도 엿보인다. 정부도 이를 고려한 압박 발언을 내놓은 것으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6·25전쟁 제74주년 행사'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은 이날 북한을 향해서도 ‘퇴행의 길’, ‘지구상 마지막 동토’, ‘주민의 참혹한 삶’, ‘인권을 잔인하게 탄압’ 등의 표현을 동원해 압박 수위를 높였다. 특히 북·러 군사협력에 대해 “역사의 진보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 행동”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기념식에 이어진 6·25 참전 유공자를 위한 위로연에서도 “북한은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을 향해 각종 도발을 일삼으며 우리의 자유와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한·미·일 연합훈련에 참여하기 위해 22일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한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CVN-71·10만t급)에 승선해 한·미 장병을 격려하고 양국의 동맹을 강조했다. 함정은 국제법상 해당국의 영토로 간주하기 때문에 대통령의 방문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부산 해군작전기지에서 미 해군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즈벨트함에 승선해 비행갑판 통제실에서 브라이언 스크럼 루즈벨트 함장으로부터 항모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루즈벨트함은 한국·미국·일본의 첫 다영역 군사훈련인 '프리덤 에지' 참여를 위해 지난 22일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입항했다. 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은 비행갑판에서 영화 ‘탑건: 매버릭’에 나온 F/A-18 함재기 등을 둘러보고, 관제타워에서 신원식 국방부 장관, 양용모 해군참모총장,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미 측 크리스토퍼 라네브 미8군사령관, 크리스토퍼 알렉산더 제9항모강습단장 등과 기념 촬영을 했다. 루스벨트함 시찰을 마친 윤 대통령은 격납고로 이동해 한·미 장병 300여명을 격려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면서 핵 선제 사용 가능성을 공언하며 한반도의 역내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고 북한을 겨냥하기도 했다. 루스벨트함은 26일부터 한·미·일 3국의 군사훈련인 프리덤 에지에 참가하기 위해 출항한다.

 

군 관계자는 “미군 전략자산인 항공모함에 국군통수권자가 승선한 것은 확장 억제에 대한 미국 공약 이행을 강조하는 의미로 보인다”며 “지난해 4월 워싱턴 선언과 8월 캠프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담 등 한·미 양국의 북핵 위협 대응 강화로 인한 미국의 확장 억제 정책에 대한 이행 강조 의미가 읽힌다”고 분석했다.

엄지 '척'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부산 해군작전기지에서 미 해군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에 승선해 항공모함 관제타워인 ‘아일랜드’ 앞에서 한·미 지휘관 등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로즈 드레닝 11항모 비행단장, 강신철 연합사 부사령관, 신원식 국방부 장관, 미 해군 제9항모강습단장 크리스토퍼 알렉산더 준장, 윤 대통령, 크리스토퍼 라네브 미8군 사령관, 양용모 해군참모총장, 브라이언 스크럼 루스벨트함 함장, 최성혁 해군작전사령관. 대통령실 제공

◆김정은 방러 관측, “언제나 기다리는 귀빈”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이 “모든 필요한 조건이 맞고, 이 단계에서 서명돼야 할 서류들을 위한 특정한 기반이 진전되자마자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이 이날(현지시간) 보도했다. 구체적 방북 시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루덴코 차관은 또한 푸틴 대통령이 방북 기간 김 위원장과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과 관련해 “한국이나 제3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조약은 한반도와 이 지역 전체의 문제를 군사적 수단으로 해결하기를 바라거나 그럴 계획이 있는 국가들에 보내는 일종의 경고”라면서 “우리는 한국이 새 협의를 이해심을 갖고 수용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공개한 전문에서 푸틴 대통령은 방북 기간 “진심으로 환대해준 당신에게 가장 진심 어린 사의를 표한다”며 “이번 방문은 모스크바와 평양 사이 관계를 전례 없이 높은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특별한 의의를 가진다”고 했다. 또 “지금 우리 두 나라 앞에는 여러 분야에서 유익한 협조를 진행해나갈 수 있는 새로운 전망이 펼쳐지고 있다”며 “우리의 건설적인 대화와 긴밀한 공동의 사업이 계속되고 있는 데 대하여 기쁘게 생각한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향해 “당신은 러시아 땅에서 언제나 기다리는 귀빈”이라고 했다.


조병욱·김예진·서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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