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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의료개혁 첫발”… 의협 “수가부터 개선” [국회서 의·정 격돌]

입력 : 2024-06-26 18:54:25 수정 : 2024-06-27 07: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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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로 본 의·정갈등 쟁점은

“필수·지역의료 위기 대응” 공감대
의대증원 논의 과정 불통엔 네 탓만
政, 미복귀 전공의 미처벌 가능성 시사

양측 “진료공백 장기화 예상 못해”
전공의 대표 불참… 이견만 재확인

정부와 의료계가 의료사태 책임은 물론 의료 정책 전반을 놓고 국회에서 공방을 벌였다. 정부와 의료계 대표들이 처음으로 마주 앉았지만, 의대 증원을 바라보는 양측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았다.

 

정부는 의사들의 진료 거부는 부당하다고 지적했고, 의료계는 멀쩡한 의료시스템을 망친 건 정부라고 맞섰다. 양측은 의대 증원 과정에서 협의가 있었는지를 두고도 다른 말을 했다. 정부는 의대증원이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되살리기 위한 첫 단추라는 입장이고, 의료계는 의대 교육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는다고 강조하는 등 5개월째 이어온 의견 차이를 국회에서 고스란히 드러냈다.

냉랭한 첫 만남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의료계 비상상황 관련 청문회에 출석하면서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왼쪽)을 보고 있다. 임 회장이 지난달 의협 회장에 취임한 이후 조 장관과 대면한 것은 이날 청문회가 처음이다.이재문 기자

◆국회서 쏟아낸 의·정 갈등 쟁점들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상임위원회가 마련한 청문회에서 대한의사협회(의협) 임현택 회장은 현 사태가 의대 정원을 늘린 보건복지부 탓이라고 주장했다. 의료 공백 사태는 멀쩡한 시스템을 손 댄 복지부 차관과 공무원들이 만든 것이라면서 정부에 책임을 돌렸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의대 증원 발표 전 두 차례 대통령실 대면보고가 있었다고 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두 번의 공식 회의로 2000명 증원을 확정한 건 국민이 수긍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공의 처벌에 대한 정부 방침도 거론됐다. 정부는 4일 그간 전공의 등에 내려진 명령들을 철회하면서 “복귀하는 전공의들은 처벌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의료계는 “미복귀 전공의 처벌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미복귀 전공의 처벌도 거둬들여 달라”고 했고, 조규홍 장관은 “취소는 처분이 잘못됐다는 걸 전제로 하는데 정부는 합법적으로 했다고 생각해 철회한 것”이라며 “다만 과거 위반 가지고 처벌하지 않겠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라고 했다. 미복귀 전공의도 처벌하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조 장관은 의원들 질의가 이어지자 “미복귀자 행정처분에 대해선 6월 말까지 상황을 보고 7월에 결정하겠다”며 “전공의가 복귀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이날 “병원 현장에서 사직 여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보고 그 다음 추가적인 방안이 있을지 고민하고 있는 단계”라며 “미복귀 전공의에 대해 병원별 사직 상황을 파악한 후 최종 처분 방침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가급적 한 분의 전공의라도 더 돌아와 수련을 이어나가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의대 증원 정책과 관련해 의정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26일 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관계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측은 필수 의료와 지역 의료 위기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데엔 동의했다. 정부는 다만 의대 증원이 필수의료 등 위기 대응의 첫 단추라는 입장을 고수했고, 의료계는 증원 후 교육 부실 문제를 제기했다.

 

안덕선 한국의학교육평가원장은 교육 여건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 증원은 의학 교육을 퇴보시킬 수 있다면서 “의대생이 100명 이상 늘면 교수 수나 교육병원 규모가 부족할 것이라서 교육의 질을 담보하려면 교수 수와 병원 규모에 상응하게 늘려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의학교육점검반을 통해 필요한 여건을 점검했고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고 맞받았다.

 

2025학년도 증원에 대해선 입장이 갈렸다. 의료계는 재논의를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는 2025학년도는 이미 확정됐고, 이후엔 의료계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날 출입기자단 백브리핑에서 ‘의대 교수들이 증원 감축 목적으로 대정부 투쟁을 이어가는 데 대한 대안’을 묻자 “2026년부터 (증원)하는 문제에 대해선 의료계가 그런(통일된 과학적인) 안을 갖고 오면 정부가 정원에 구애받지 않고 같이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증원 문제에 대해 정부는 이미 충분히 탄력적인 입장을 국민들에게 제시했다”고 말했다.

연세의료원 산하 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이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예고한 2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가 함께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이렇게 길어질 줄 ‘아무도’ 몰랐다

 

‘빅5’ 병원들이 집단 휴진에 나선 상황에서 정부는 의사 휴진을 불법이라고 강조했고, 의료계는 부당한 정책에 대한 의사 표시라는 입장을 보였다. 다만 정부도 의료계도 의료사태가 만 4개월을 넘어 5개월에 접어들 줄 예상하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박민수 2차관은 ‘정부가 2000명 증원을 발표하면 어떻게 반응할지 예상했느냐’는 의원 질의에 “의료계 반발에 대해서도 논의해 집단행동을 예측했다”면서도 3∼4주 이상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게 정설이었고 5개월째 이어진 집단행동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조규홍 장관도 “언제까지 완료될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이렇게 넉 달 넘게 의료공백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진 못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위원장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차관은 3∼4주면 해결될 것으로 예상했다고 했는데 굉장히 주먹구구식”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환자 안전이 장난이냐”고 질타했다.

26일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에 전공의 이탈 관련 호소문이 붙어 있다. 뉴스1

의료사태 장기화에 대해선 당사자인 전공의·의대생들도 당황스럽다는 반응이 있다.

 

한 전공의는 의사 커뮤니티에 “한두 달 하면 정부가 항복할 줄 알았지 이렇게 길어질지 알았겠냐. 사직한 거 진심으로 후회한다”는 글을 올렸다 동료들의 질타를 받았고, 한 전문의는 “총선이 끝나면 해결될 줄 알았다. 정부도 너무 질러놔서 추진하는 거 철회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지방의 의대생은 “예과 2학년인데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다. 수도권 의대로 반수할까 생각이 든다”고 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날 청문회에 불참한 건 꽉 막힌 의·정 대화의 현주소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전공의가 돌아오거나 사직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데, 의협이 꾸린 대화협의체에 대전협이 불참을 선언하면서 의·정 대화는 멈춰선 상태다.

 

조규홍 장관은 ‘청문회도 출석하지 않은 전공의를 무슨 수로 복귀시키느냐’는 의원 질의에 “전공의가 가까운 시일에 협의체에 참석하지 않더라도 교수, 의료진과 먼저 가능한 협의를 해 진척되면 전공의들도 참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2026학년 증원 및 필수의료패키지 재논의, 행정처분 취소 시 전공의들이 협상 테이블로 나올 수 있느냐’는 의원 질의에 임 회장은 “전공의가 어떤 입장인지 봐야 하지만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했고,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대위원장은 “전공의가 어떤 의견인지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밝혔다.


정재영·이정우·조희연·조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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