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참전국 인정받은 독일 전례 있어
2021년 4월24일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현지 한국 대사관 주도로 6·25전쟁 참전용사회가 출범했다. ‘멕시코가 유엔 참전국이던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독자가 많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멕시코는 참전 22개국에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6·25전쟁 당시 멕시코는 이웃나라 미국과 맺은 협정에 따라 연인원 10만명가량의 자국민을 미군 소속으로 파병했다.
1930년생으로 당시 91세이던 호세 비야레알 옹이 참전용사회 초대 회장이 되길 자청했다. 6·25전쟁에 참전한 그는 1979년 ‘한국에서의 한 멕시코인의 기억’이란 제목의 회고록을 펴냈다. 그런데 참전용사회 출범식 때만 해도 노구를 이끌고 당당하게 자리를 지켰던 비야레알은 그로부터 불과 1주일 만인 2021년 5월1일 세상을 떠났다. 이를 두고 “촛불은 꺼지기 직전 가장 밝은 법”이라며 고인이 생의 마지막 순간 남은 힘을 참전용사회 결성에 모두 쏟아부은 것이란 추모가 잇따랐다.
현재 22개인 유엔 참전국에 멕시코를 포함시켜 23개로 늘리는 방안이 추진 중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29일 전쟁기념사업회에 따르면 최근 카를로스 소토 주한 멕시코 대사가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을 방문했다. 백승주 전쟁기념사업회장은 소토 대사에게 “멕시코는 6·25전쟁 당시 물자 지원과 미군 소속이지만 10만여 명의 멕시코 병사를 파병해 준 고마운 나라”라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어 “과거의 깊은 유대를 바탕으로 양국 관계가 더욱 깊어지길 바란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에 소토 대사는 “멕시코가 6·25전쟁 공식 파병국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많은 지지와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백 회장이 “잘 알려지지 않은 멕시코 병사의 참전 활동이 특별 전시회 개최 등을 통해 많은 국민들에게 알려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하자 소토 대사 역시 “사업회에서 추진하는 사업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주한 멕시코 대사관에 따르면 멕시코는 6·25전쟁 당시 한국에 식량과 의약품을 지원했다. 또 제2차 세계대전 도중인 1943년 체결해 1952년까지 유지된 멕시코·미국 간 병역 협력 협정에 따라 10만명 넘는 멕시코 병사들이 미군 소속으로 6·25전쟁에 참전했다.
다만 미국의 깃발 아래 싸웠다는 점 때문에 멕시코인들의 희생은 역사 속에 묻혔다. 이들은 그동안 막연히 ‘라틴계 미국인’으로 알려져왔다. 2021년 6월25일 6·25전쟁 발발 71주년을 맞아 브루노 피게로아 당시 주한 멕시코 대사는 국내 언론 기고문에서 “전쟁 이후 멕시코에서는 6·25전쟁에 참전한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3편이 만들어져 상영되기도 했다”며 “하지만 지구 반대편 나라에서 싸운 용사들의 존재는 점점 잊혀지고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멕시코 6·25전쟁 참전용사회 비야레알 초대 회장의 별세를 계기로 ‘멕시코를 유엔 참전국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우리 정부도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독일의 경우 한국을 돕기 위해 보낸 의료진이 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 체결 이후에야 부산에 도착하는 바람에 참전국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의료진 파견 결정이 6·25전쟁 도중 이뤄졌다는 점을 근거로 2018년 당시 문재인정부는 독일을 참전국에 포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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