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공·반이민 내세운 국민전선이 전신
르펜, 외연 확장 위해 급진적 인물 배제
창당 52년 만에 변방서 주류 자리매김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연합(RN)은 1972년 창당한 국민전선(FN)을 전신으로 한다. 1960년대 말 급진 좌파운동이 부상하자 극우 세력들도 뭉치기 시작했는데, 이를 하나로 모은 이가 알제리전 참전용사 출신의 정치인 장마리 르펜이다. 그는 현재 RN의 중심인 마린 르펜 의원의 부친이다.
FN은 반공주의, 민족주의, 반(反)이민, 반유럽연합(EU) 정책을 내세웠으며 프랑스의 주권과 전통적 가치를 내세웠다. 반유대주의나 인종차별 성향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런 탓에 초창기 FN은 프랑스 정치권에서 비주류로 분류되며 변방을 벗어나지 못했다.
FN이 처음 존재감을 드러낸 건 2002년 장마리 르펜이 대선 2차 투표에 진출하면서다. 당시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82%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승리했지만, FN이 18%나 득표하면서 프랑스 정치권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FN은 2000년대 후반부터 세를 확장하기 시작하는데, 2008년 금융 위기와 이후의 경제 불황으로 인한 불안감이 FN의 반이민, 반세계화, 반EU 기조에 대한 지지로 이어졌다.
2011년 부친의 뒤를 이어 당 대표에 오른 마린 르펜은 외연 확장을 위해 급진적 이미지를 완화하는 ‘탈(脫)악마화’ 전략을 시작했다. 그는 논란이 된 인물들을 배제, 반유대주의적·동성애 혐오 발언을 통제했다. 그 일환으로 2015년 당의 뿌리인 부친을 당에서 영구제명하기도 했다. 2018년에는 당명을 FN에서 RN으로 바꿨다.
마린 르펜의 RN은 또 세금 감면, 복지 확대, 프랑스 경제 보호 등 포퓰리즘적 정책을 내세워 지지를 끌어올렸다. 중도층을 포섭하기 위해 반이민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이를 국가 안보, 국가 정체성 보호 차원으로 포장했다. RN의 ‘EU 회의론’도 과도한 EU 차원의 규제나 시장 개방에 불만을 품은 농민 표심을 얻는 데 일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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