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 30㎝에 탈출 어려웠을 가능성
현행 큰창문 층별 1개 이상 설치
화재시 해당 창까지 이동 쉽지 않아
전문가 “밀폐방마다 만들게 해야”
‘화성 배터리공장 화재 참사’ 희생자 대다수는 작업장 창문 근처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숨진 채 발견됐다. 화재가 발생한 아리셀과 같은 위험물 제조시설의 창문 크기에 대한 규정은 현재 없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화재 시 마지막 탈출구가 될 수 있는 창문 크기에 관한 규정을 건축법에 담아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1일 경찰과 소방 등에 따르면 이번 참사에서 희생자 대부분은 아리셀 공장 2층의 포장 작업장 창문 근처에서 발견됐다. 해당 작업장엔 창문 3∼4개가 설치돼 있지만, 대부분 밀어서 올리는 형태의 창문으로 크기는 가로 30㎝, 세로 40㎝에 불과했다.
복수의 인테리어 관계자는 (아리셀 작업장 창문은) “성인 남녀가 빠져나가기엔 불가능한 크기”라며 “열고 닫을 수 있는 개구부 말고 고정된 창문들도 폭이 30㎝에 불과해 유리창을 깨더라도 탈출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사 생존자들 역시 창문의 크기가 더 컸다면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생존자 A씨는 세계일보에 “반대편 작업장의 사람들은 뛰어내려서 살 수 있었다”며 “희생자들이 있었던 작업장은 창문이 너무 작아 차마 시도도 못 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참사 당시 포장 작업장 건너편 사무실에 있던 직원들은 화재 직후 폭 90∼110㎝로 추정되는 창문을 깨고 밖으로 뛰어내려 대피했다.
불이 났을 때 창문이 대피시설이 돼야 한다는 법령은 현재 없다.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에는 소방관 진입창의 기준만 명시돼 있다. 2층 이상 11층 이하인 층에 각각 1개 이상, 폭 90㎝ 이상 높이 120㎝ 이상인 진입창을 설치해야 한다.
화재 등으로 연기가 발생하면 드물게 있는 진입창으로 이동하기는 어렵다. 이번 화성 배터리공장 화재 참사 때도 작업장 문 앞에 쌓인 리튬 배터리 때문에 큰 창문이 있는 건너편 사무실로 대피하는 건 불가능했다.
공하성 우석대 교수(소방방재학)는 “2층 이하 건물에선 밀폐된 방마다 지름 50㎝ 이상 크기의 창문을 만들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며 “그래야지만 이번과 같은 참사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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