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세엔 집중·실행력, 10∼12세 시각 정보처리·공간 인지 기능 저하
주의력 결핍-과잉행동 장애(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ADHD) 아동의 뇌 기능의 변화가 7∼8세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김붕년 교수팀(정신건강의학과 임유빈 임상강사)과 영상의학과 손철호 교수팀(의생명연구원 송희진 연구교수)은 ADHD 아동 157명과 정상 아동 109명을 대상으로 ASL-MRI를 이용해 뇌 활동 발달 경로를 비교 분석한 결과를 이같이 나왔다고 3일 밝혔다.
연구팀은 대상자를 연령별로 만 6~7세, 만 8~9세, 만 10~12세 그룹으로 나누고, 동맥스핀라벨링 관류자기공명영상 기법인 ASL-MRI(arterial spin labeling perfusion magnetic resonance imaging)을 사용해 MRI에서 동맥 내 혈액의 물 분자를 표지한 후 국소적인 뇌의 혈류량을 측정했다. 이 기법은 비침습적 뇌 혈류 측정기법으로, 방사선 노출 없이 뇌의 혈류 동역학을 시각화할 수 있다.
그 결과 ADHD 그룹은 정상 그룹에 비해 주의력과 실행 기능과 관련된 좌측 상측 측두엽 및 우측 중간 전두엽의 뇌 혈류량이 유의미하게 낮았다. 이 영역에서의 혈류 감소는 ADHD 아동이 주의력 결핍과 실행 기능 장애를 경험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령별로는 만 6~7세 ADHD 아동과 동일 연령의 정상 아동 간에는 유의미한 뇌 혈류량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만 8~9세 및 만 10~12세 그룹에서는 ADHD 아동이 동일 연령의 정상 아동에 비해 특정 뇌 영역에서 더 낮은 혈류량을 보였다. 이는 ADHD 아동의 뇌 발달 경로가 정상 아동과 다르며, 특히 만 7~8세 사이에 뇌 기능의 중요한 변화가 일어난다는 점을 시사한다. ADHD 증상의 발현이나 심화가 이 시기에 뚜렷해질 수 있어 조절 기능 관련 뇌 발달 경로에서 중요한 시점이라는 의미다.
만 8~9세 ADHD 아동의 경우, 주로 운동 기능과 관련된 좌측 중심후회 및 실행 기능과 관련된 좌측 중간 전두엽의 혈류량이 낮았다. 이 시기에 ADHD 아동이 집중력 및 실행 기능에서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만 10~12세 ADHD 아동은 시각 처리 및 공간 인지와 관련된 좌측 상측 후두엽의 혈류량이 낮았다. 이 시기에 ADHD 아동이 시각적 정보 처리나 공간 인지 능력에 있어서 정상 아동보다 기능이 저하되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ADHD는 학령전기 및 학령기 아동 5~10%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신경 발달 장애 중 하나다. 산만함, 과다활동, 충동성, 지속적인 주의력을 요하는 과제들에 어려움 등의 증상을 주요 특징으로 한다. ADHD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유전적 및 환경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신경생물학적 변화를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기존 연구는 ADHD 아동의 뇌 부피와 구조적 차이점을 밝혀왔지만, 나이에 따른 뇌 기능의 동적 변화를 조사하는 연구는 부족했다.
김붕년 교수(소아정신과) “이번 연구는 ADHD 아동의 기능적 뇌 발달이 정상 아동과 뚜렷하게 다르게 진행되는 변곡점(시점)을 추측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특히 연령에 따른 뇌 혈류량의 차이는 ADHD의 발달적 특성을 이해하고, 나이에 따른 맞춤형 치료 전략을 개발하는 데 중요한 기초 자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네어처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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