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일 발표한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에 나선 기업들에 법인세 혜택을 주고, 이들 기업으로부터 배당을 받는 개인주주의 세 부담을 덜어주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 또 최대주주 등의 주식을 상속할 때 붙는 할증평가를 폐지하는 한편 밸류업 기업 등을 대상으로 가업상속공제 대상 및 한도도 늘려 주주환원·배당 확대를 유도하기로 했다.
이날 발표된 ‘역동경제 로드맵’에 따르면 정부는 우선 밸류업 공시 기업의 배당, 자사주 소각을 포함한 주주환원 증가금액에 대해 법인세 세액공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직전 3년 평균 대비 주주환원 증가액이 5%를 초과하면 5%의 세액공제 혜택이 주어진다. 가령 A 기업이 직전 3년 평균 1000억원을 배당하다가 내년 1200억원을 배당하면 5% 초과분인 150억원에 대해 5%를 세액공제 받아 법인세를 7억5000만원 감면받게 된다.
배당을 받는 개인주주에 대한 세제 혜택도 마련됐다. 법인세 세액공제를 적용받는 밸류업 기업으로부터 배당을 받을 때 배당 증가분 등에 대해 저율의 분리과세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배당 등 금융소득은 2000만원 이하일 경우 14%의 원천징수 세율을 적용하고, 2000만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다른 종합소득과 합산해 종합과세 누진세율(14~45%)을 적용해왔다.
정부는 배당소득에 대한 높은 세 부담이 장기 투자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유인)를 줄인다고 판단, 세율을 낮춰주기로 했다. 방안에 따르면 금융소득 2000만원 이하 개인주주는 배당 증가금액에 대해 9%의 세율을, 나머지 배당액에는 14%의 세율이 적용된다. 배당 증가분의 경우 세율이 35.7%(14→9%) 낮아지는 셈이다. 2000만원 초과 개인주주는 ‘배당 증가금액에 25% 세율+나머지 배당 비교 종합과세’나 ‘배당 증가금액(2000만원 한도)에 9% 세율+나머지 배당 비교 종합과세’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최고세율 기준 세율이 45%에서 25%로 20%포인트 정도 완화된다.
이에 따라 2022~2024년 평균 1000억원을 배당했던 한 기업이 내년에 배당액을 1200억원으로 늘렸을 경우, 이 기업으로부터 배당소득 1200만원을 받는 주주 A(다른 금융소득 없음)는 납부액이 168만원에서 158만원으로 줄게 된다. 또 2400만원을 배당을 받는 주주 B(〃)도 납부액이 336만원에서 316만원으로 경감된다.
기재부는 ‘배당 증가분 등’의 구체적 기준은 이달 말 세법개정안 때 발표하기로 했다. 주주환원 법인세 및 배당 증가분 등 저율 분리과세 혜택은 3년 한시적으로 시행된다.
정부는 최대주주 할증평가도 폐지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대기업과 일부 중견기업 최대주주 주식에 대해 액면가보다 시가가 높은 이른바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해 상속 때 시장가격을 20% 가산해 왔다. 상속분의 명목 최고세율이 50%인데, 할증이 반영되면 최고세율이 사실상 60%로 높아진다.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가업 상속을 주저하게 하는 요인이라며 폐지를 주장해 왔다. 기재부 관계자는 “일부 기업에 한해서 20%로 일률적으로 할증을 하는 것은 실질과세 원칙에 안 맞다”면서 “외국의 경우에도 할증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하더라도 예외적으로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밸류업·스케일업·기회발전특구 기업에 대해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종전 ‘중소기업·매출액 5000만원 미만 중견기업’에서 ‘중기·중견 전체(상호출자제한기업 제외)’로 확대하고, 한도도 최대 600억원에서 1200억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지난 2월 밝힌 것처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납입한도를 연 2000만원에서 4000만원으로 확대(비과세 한도 200만원→500만원),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도 폐지 방침도 재확인했다. 금투세 폐지를 두고는 정책 일관성을 훼손하는 조치라는 비판도 나온다. 기재부는 지난 2020년에는 금투세가 복잡한 금융세제를 단순화해 금융투자를 촉진하는 측면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밸류업을 위한 세제지원 방안에 우호적인 평가가 내리면서도 좀 더 과감한 조치를 주문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최종 확정된 안이 아니라서 불확실성은 있지만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당연히 기업 밸류업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며 “배당 확대에 대한 주주들의 목소리가 증가하면, 기업의 배당성향도 올라가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부 교수도 “‘밸류업’은 기업이 돈을 많이 벌어야 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금융과세를 완화하고 상속세 부담을 줄여주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심충진 건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상속세 과표나 세율 중 하나는 최소한 조정을 해야 한다”며 “옛날에는 상속세의 기능이 ‘소득 재분배’였는데, 이제는 경제성장과 고용 촉진에 도움 되는 ‘촉진세’로서의 역할로 바라봐야 한다. ‘부자 감세’라는 틀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 선임연구원도 “조금 더 전폭적인 형태로 (상속세 개편이) 설계가 되어야 조금 더 뚜렷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싶다”며 “코스피 대형 종목에 영향을 줄 수 있을 정도의 유기적 상속세제 개편이 나와야 종합적으로 밸류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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