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전기에 정치와 학문에서 뚜렷한 자취를 남기며 훈민정음 창제에도 참여한 신숙주(1417∼1475)의 초상이 국보가 된다.
국가유산청은 현존하는 공신 초상화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여겨지는 ‘신숙주 초상’을 국보로 지정할 계획이라고 3일 밝혔다. 1977년 보물로 지정된 이후 약 47년 만의 국보 승격이다.
신숙주는 병조판서, 대사성, 좌의정 등을 지낸 문신으로 글에 능하고 학식이 뛰어났다. 집현전 학자로서 훈민정음을 창제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역할을 했다.
초상화 속 신숙주는 녹색 관복을 입고 허리에는 은으로 장식한 허리띠를 두르고 있다. 문관 3품에 해당하는 복식으로, 1455년 세조(재위 1455∼1468)가 왕위에 올랐을 때 공로를 인정받아 좌익공신이 되면서 그 포상으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신숙주는 세조가 ‘당나라 태종에게는 위징(魏徵)이라는 충신이 있다면 나에게는 신숙주가 있다’라고 할 만큼 신뢰가 두터웠다고 알려져 있다.
국가유산청은 “가장 오래된 공신 초상이자 조선 전기 공신 초상을 대표하는 작품”이라며 “제작 당시의 원형을 보존하고 있어 미술사적으로도 가치가 크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가유산청은 이날 ‘권상하 초상’, ‘유설경학대장’, ‘영광 불갑사 목조지장보살삼존상·시왕상 일괄 및 복장유물’, ‘해남 은적사 철조비로자나불좌상’ 등 4건을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권상하(1641∼1721)는 우암(尤庵) 송시열의 제자이자 기호학파의 정통 계승자로 꼽히는 학자로, 충북 제천 황강영당에 봉안된 그의 초상은 79세 때 모습을 그린 것이다. ‘유설경학대장’은 성균관대 존경각이 소장한 자료로, 과거시험에 출제될 경학의 주요 항목 148개 내용을 요점 정리한 책이다. 조선 초기 금속활자인 경자자(庚子字) 가운데 가장 작은 크기의 활자로 찍어냈다.
‘영광 불갑사 불상과 복장 유물’과 ‘해남 은적사 불상’은 불교 신앙과 조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은적사 철조비로자나불좌상은 금동불에서 철불로 바뀌는 시기에 제작된 불상으로 무릎 부분에 결손이 있으나 현재 남아 있는 부분으로도 예술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가유산청은 예고기간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들은 뒤, 문화유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유산으로 확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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