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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사회 속 ‘인간다움 찾기’… 인문학적 소양 길러준다 [지방기획]

입력 : 2024-07-05 05:00:00 수정 : 2024-07-05 13:5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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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교육청 ‘읽걷쓰’ 정책 주목

민선 3∼4기 도성훈號 지속적 추진
읽기·걷기·쓰기 통해 ‘애기애타’ 강조
시민들 만족도 응답 65% 달해 호응
1만개 단체 네트워크 본격 가동 방침
기초학력·늘봄 등 학교에 적용 나서
“타 교육청 주요 정책과도 연계할 것”

북유럽 아이슬란드는 크리스마스에 책을 선물하고, 인구의 10%가량이 저서를 내는 나라이다.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뱃속에 자신만의 책을 가지고 있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다. 위기 상황에서 따뜻하게 위로해 주고 삶에 힘을 북돋는 그야말로 ‘반려도서’인 셈이다. 멀지 않은 스웨덴의 경우 10명 중 7명이 한 개 이상의 학습동아리에 참여하고 있다. 종이 교과서나 손글씨 같은 전통교육 방식을 채택 중이다. 디지털 미디어가 장점보다 단점이 더 크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 국민 독서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성인 10명 가운데 6명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입증하는 종합독서율이 2022년 9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43.0%에 그쳤다. 이 수치는 전자책이 통계에 포함된 2013년 72.2%를 기록한 이후 2015년 67.4%, 2017년 62.3%, 2019년 55.7%, 2021년 47.5% 등 줄곧 하락하면서 매번 역대 최저치를 경신해 왔다. 그야말로 ‘책 읽기를 멀리하는 사회’다.

지난해 진행된 ‘읽걷쓰 토론회’에서 중고생들이 각자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인천시교육청 제공

이런 와중에 배움터인 학교를 구성하는 학생·학부모·교직원은 물론이고 울타리 너머 시민들까지 망라해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는 활동이 인천에서 펼쳐져 주목된다. 바로 인천시교육청이 주도하는 캠페인이자 정책 브랜드 ‘읽걷쓰’가 그것이다. 읽기(Read)·걷기(Walk)·쓰기(Write)의 줄임말로, 세 가지가 분절적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한데 실천하며 일상의 삶 전체가 배움이 된다. 특히 학생들은 질문하고, 상상하며 또 다른 삶을 이해하는 사람으로 자라나도록 한다.

◆다른 사람을 나처럼 위한다

4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읽걷쓰’ 사업은 2018년 하반기 출범한 민선 3기부터 현재 4기를 이끌고 있는 도성훈호의 작품이다. 당초 2019년 ‘책 읽는 도시, 인천 만들기’에서 비롯해 2022년 ‘글 쓰는 인천’을 추가한 뒤 지금의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됐다. 지난해 ‘책을 읽고 인천의 길을 걷고 글을 쓰다’란 방향성을 내세운 데 이어 올해 ‘사람의 생각을 읽고 사람의 길을 걷고 사람의 마음을 쓰다’, 2025년 ‘미래를 읽고 세계를 걷고 꿈을 쓰다’ 등 로드맵을 그렸다. 내년까지 공공 학교도서관 2000만권 대출이라는 큰 밑그림도 내놨다.

앞서 감염병 대유행 시기를 지내면서 학생들의 신체건강, 정서불안, 기초학력 문제 등이 교육계의 화두로 등장했다. 시교육청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인간과 자연 그리고 인공지능(AI)이 공존하는 디지털교육 대전환 속에서 인간다움·자기다움을 위해 읽걷쓰에 본격 돌입했다. 나를 위하듯 다른 사람을 위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애기애타(愛己愛他)’ 정신을 강조하는 이유다. 그간 3000여명의 학생·학부모·교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열띤 토론에 임했다. 차근히 목표를 향해 달려가며 시민 대상으로 자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65.3% ‘만족한다’, 62.4% ‘참여 의향이 있다’는 호응을 이끌었다.

시교육청은 올해 4월17일 1년간 걸어온 여정의 성과로 ‘2024 읽걷쓰 출판 전시회’를 열었다. 관내 8개 공공도서관이 개설한 시민 저자 양성 프로그램의 글짓는 도움을 받고 무료로 출간에 이른 것이다. 평소 느끼던 것, 해오던 생각을 글과 그림으로 풀어낸 1392종이 선보였다. 평범한 시민 1만1365명이 저자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문학 장르부터 마을 탐방 안내서까지 다채로운 작품들이 전시돼 지하철역사를 오가는 이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70대의 한 어르신은 취미인 자수를 도안으로 쓰고 평소 자녀에게 들려주고 싶은 글귀를 넣어 30여쪽 분량의 생애 첫 그림책을 펴냈다. 궁극적으로 시민 30만명을 글쓴이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지난 4월 인천지하철 1호선 시청역사에서 시민 저자들의 출판 전시회가 열려 많은 발길이 이어졌다. 인천시교육청 제공

◆일상의 경험, 특별한 배움

그동안 양적 확장에 집중했던 시교육청은 읽걷쓰를 한층 정교화했다. 전문가 집단의 숙의토론과 여러 분야 구성원들이 머리를 맞대서 거둔 결실이다. 관련 플랫폼을 구축하고 학생·시민이 참여하는 1만개 읽걷쓰 단체 네트워크를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문학 작품에 등장한 동네 곳곳을 지도에 담는 ‘인천문학지도’ 작성에도 나선다. 신체활동 감소로 체력 저하 및 사회·정서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걷기 생활화’에도 힘쓴다. 쓰기 분야에서는 융복합 콘텐츠의 창작 역량 강화를 돕는다.

이제 시교육청은 아이들의 읽기·걷기·쓰기 습관이 형성되는 것을 학교 교육과정 안에서 펼친다. 책 읽는 문화, 글 쓰는 문화, 함께 걷는 문화는 시민문화를 중심으로 전국화해야 할 과제로 분류했다. 기초학력, 독서·늘봄·융합교육 등 학교의 다양한 분야를 읽걷쓰에 적용해 운영하고 각종 사례들을 모은다. 지식전달 교육, 관찰·질문·탐구·행동하는 깊이를 가진 교육으로 변하는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해 시민저자학교, 밤샘출판 등 시민 대상의 읽걷쓰 프로그램을 풍성하게 진행했다. 올해는 8개의 공공도서관과 평생학습관이 주축이 돼 이를 더 체계적으로 다듬는다. 최근 135명으로 꾸린 추진단이 정책의 지원·실행 역할을 맡는다. 각계 의견 수렴과 알찬 내용을 채우면서 재능기부 및 차별화된 수업 사례 발굴로 지역사회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거점센터와 추진단이 힘을 모아 읽걷쓰가 학교의 담장을 넘어 보폭이 더욱 넓어지도록 할 것”이라며 “앞으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각종 포럼 및 학술대회에서 인천의 미래교육 사례로 읽걷쓰를 알리고 타 교육청 주요 정책과 연계도 꾀하겠다”고 말했다.

◆도성훈 인천시교육감 “시대 변해도 안 바뀌는 교육 ‘읽걷쓰’로 역설 극복하려 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좀처럼 바뀌지 않는 교육의 역설을 극복하고자 했습니다.”

 

도성훈(사진) 인천시교육감은 4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읽걷쓰’를 미래교육의 방법으로 택한 배경을 이같이 밝혔다. 21세기 우리 사회는 공부가 아이들에게 장차 인간다운 삶을 위한 게 아닌 변별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킨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학교 수업은 단순히 지식을 주입시키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는 말로 풀이된다.

 

도 교육감은 “지금 시기가 교육에 요구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평소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텍스트는 물론 사람과 세상을 읽어내고 써가며, 현상태를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일 것으로 생각한다”며 “읽걷쓰를 통해 건강한 신체와 정서·인격을 갖추는 것에서 더 나아가 자신뿐만 아니라 남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 교육감은 주변에서 ‘읽걷쓰가 뭐예요’라고 물으면 생활 속에서 뜻을 같이한 이들과 쉽게 함께할 수 있다고 소개한다고 했다. 그는 올 4월 135명의 각계 전문가로 구성한 시교육청 추진단 중 일부 사례를 들었다. 예컨대 ‘쪽쪽쪽 3쪽’ 과제는 매일 10분씩 쪽 읽기·걷기·쓰기를 하는 것이다. 도 교육감은 “지향점인 쪽은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으로 정하는 게 포인트다. 혼자 하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을 모은다면 서로 응원과 지지를 보내는 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514 프로젝트’는 14일간의 대장정이다. 매일 오전 5시쯤 일어나 4000보를 움직이고, 돌아와 논어 2장 정독 뒤 마음에 드는 구절을 필사하는 과정이다. 2주 동안 활동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남겨 상대방으로부터 인증이 이뤄진다. 굳이 같은 방식으로 할 필요는 없겠지만, 시작이 어렵다면 이렇게 도전해 보는 것도 좋다고 도 교육감은 추천한다.

 

도 교육감은 “읽걷쓰 시즌2는 보다 정교화하고 체계화시킨 결과이다. 교육과정 중심으로 들어가고, 시민문화 속으로 자리 잡기 위한 아름다운 시도”라며 “갈등의 심화, 사회적 양극화, 나만 생각하는 현재에서 읽걷쓰가 소중한 답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인천=강승훈 기자 shk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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