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장마입니다. 6∼7일 전국 여러 지역에 비가 예보됐습니다. 6일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7일에는 충청권 이남을 중심으로 비가 내릴 것으로 기상청은 예상했는데요.
장마가 시작된 지난달 하순부터 남부지방에는 ‘물폭탄‘이라 할 만큼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최근 들어 점점 장마 시작과 동시에 매우 강한 비가 쏟아지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정체전선에 작은 규모의 저기압이 동반되면서 비구름대가 더 강력하게 발달하고, 같은 시간 동안 더 많은 비를 뿌리는 형태로 장마가 변화해가는 추세입니다.
5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강수일수는 7.4일로, 평년(9.9일)과 큰 차이가 없었고 평균 강수량도 130.5㎜로 평년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시기별로 따져보면 상순과 중순에는 맑은 날이 많았고 제주도부터 장마가 시작된 지난달 19일 이후로 하순에 강수량이 집중돼 6월 강수량이 평년 수준을 기록했다고 기상청은 분석했습니다.
특히 가장 먼저 장마가 시작되고 수증기 유입도 가장 많은 제주도는 지난달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지난달 제주도 강수량은 432.8㎜로, 역대 2위에 올랐는데요. 강수일수는 12.3일로 평년(12.2일)과 비슷했는데 강수량은 154.6∼255.8㎜인 평년값을 훌쩍 넘어섰습니다. 상순에 40.2㎜, 중순에는 148.7㎜의 비가 내렸는데 하순 들어 243.8㎜의 비가 쏟아졌습니다. 제주도에서도 비가 많이 내리는 서귀포는 6월에 615.6㎜의 비가 내렸지요.
기상청은 시간당 30㎜ 이상 비가 내릴 때 ‘강한 비’로 구분합니다. 시간당 30㎜라 하면 물통으로 물을 계속해서 쏟아붓는 수준으로, 자동차 운전 시 와이퍼를 빠르게 작동시켜야 시야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서귀포는 지리적인 요인으로 제주시보다 늘 비가 더 많이 내립니다. 그런 서귀포도 6월부터 시간당 30㎜를 넘는 집중호우가 내린 적은 많지 않습니다. 1995년부터 올해까지 30년간 6월 강수량 통계를 보면 1시간 최다강수량이 30㎜를 넘어선 날이 총 18일 있었습니다. 그중 13일이 최근 10년 사이 발생했습니다. 1996년 6월25일(1시간에 31㎜) 1일, 2004년 6월17일(〃 32㎜) 1일 발생했던 강한 비가 2015년 이후로는 2021년, 2022년을 제외하고 매년 나타났는데요. 2022년에도 시간당 최다강수량이 28㎜를 넘어서며 장마 시작과 겹쳐 집중호우 수준의 비가 쏟아졌습니다.
한라산이 있어 서귀포보다 비가 덜 오는 제주시도 2000년대 들어 집중호우가 늘었습니다. 2005년까지 시간당 최다강수량이 30㎜를 넘어선 날이 없다가 2006년 6월30일(〃 62.5㎜), 2010년 6월29일(〃 34.5㎜), 올해 6월20일(〃 30.6㎜)에 6월 중 드물게 강한 비가 내렸습니다.
제주뿐 아니라 부산, 경남 창원 같은 남해안도 2000년대 들어 6월 집중호우가 늘었고 이런 양상은 중부지방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울은 1999·2001년 6월에 1일씩 있던 집중호우가 2021·2022·2023년에는 3년 연속으로 나타났고 춘천은 2016년 들어 처음으로 시간당 최다강수량이 30㎜를 넘어서는 강한 6월 비가 기록됐는데, 올해도 이런 집중호우가 관측됐습니다.
장맛비는 우리나라에 더위를 몰고 오는 북태평양고기압과 차고 건조한 성질의 북쪽 공기가 만나는 면에 정체전선이 만들어지면서 비구름대가 발달해 내립니다. 온도가 높아질수록 공기가 품을 수 있는 수증기량은 증가합니다. 대기 중 수증기가 많아질수록 지상으로 떨어지는 비의 양도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한번 비가 내리면 폭우가 내리기 쉬워지는 이유입니다.
정체전선상 저기압이 같이 발달하거나 장마 비구름과 주변 저기압이 합쳐지는 경우도 많은데요. 저기압은 남쪽에서 수증기를 유입시키거나 북쪽에서 건조공기를 끌어내리며 대기 불안정을 강화합니다. 지구가 따뜻해질수록 더운 공기는 더 강한 저기압을 유발합니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저기압이 자주 발생하고 정체전선과 연계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강한 집중호우가 발생할 기회도 늘어난다”며 “정체전선에 의해 추적추적 내리는 장마가 아닌 한 번에 쏟아붓는 폭우 형태로 장마철 추세가 변해갈 소지가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전날 밤 천둥·번개를 동반한 강한 비가 내린 뒤 이날은 소강상태에 든 곳이 많았습니다. 이 또한 빈번해지는 장마철 모습이라고 우 통보관은 설명합니다. 건조공기와 습한 공기가 뒤섞이면 일시적으로 대기가 안정화합니다. 이때 정체전선은 사라지고 폭염이 발생했다가 다른 성격의 두 공기가 쌓이면 다시 집중호우가 쏟아진다는 것입니다.
우 통보관은 “장마철이 우리가 알아온, 비가 이어지는 기간이 아니라 폭염과 폭우가 공존하는 ‘양극화’ 시기로 변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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