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산보증금 상한선 폐지” 주장
現 9억 이상 땐 상인 보호 못해
2015년 방지책 전국 최초 도입
고유색 지킨 성수동 ‘핫플’됐다
‘스마트쉼터’ 등 생활밀착 정책
“저출생 해법도 지방분권에 답”
“임기 마친 뒤 행보? 고민 시작”
낙후됐던 지역이 번성해 인파가 몰리면서 임대료가 올라 원주민이 밀려나는 현상.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의 사전적 정의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일대는 2010년대 들어 2030세대를 중심으로 유동인구가 급증하면서 젠트리피케이션 우려가 높아졌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첫 임기였던 2015년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정책을 전국 최초로 도입했다. 관련 조례 제정과 전담 조직 신설은 물론, 국회를 설득해 법제화까지 이끌어냈다. 10여년이 흐른 지금, 성수동은 지역 고유의 개성을 지키며 서울의 대표적인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았다.
서울 유일의 3선 기초자치단체장인 정 구청장은 남은 임기 동안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정책 시즌2’에 집중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지난달 말 성동구청 집무실에서 민선 8기 취임 2주년을 맞아 진행한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성동의 구정 슬로건인) ‘스마트 포용도시’ 중 포용도시 분야의 대표적인 정책이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정책”이라며 “법 제정을 이끌었지만 여전히 개선해야 할 부분이 적잖아 보다 힘있게 추진해보려 한다”고 역설했다. 정 구청장은 “핵심은 현행법상 환산보증금의 상한선이 9억원으로 돼 있는데, 이걸 없애야 한다는 것”이라며 “환산보증금이 9억원 이상인 상가는 (건물주가) 아무 때나 내쫓으면 그냥 쫓겨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성수동 상가의 경우 약 30%가 해당된다는 게 정 구청장의 설명이다. 그는 “(법 제정 당시) 환산보증금 상한선을 없애자고 했는데 결국 못 해서 정부가 9억원을 시행령으로 정했다“며 “환산보증금제를 폐지하면 된다. 그럼 젠트리피케이션의 90%를 막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구는 지난해 초부터 임대료 안정과 프랜차이즈 입점 제한 등 내용을 골자로 한 ‘종합계획 시즌2’를 시행 중이다. 정 구청장이 회장으로 있는 ‘젠트리피케이션 방지와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위한 지방정부협의회’는 지난해 국회에서 관련 3법(지역상권 상생 및 활성화에 관한 법률,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정 구청장은 구정의 또 다른 한 축인 스마트의 대표 정책으로는 ‘스마트 쉼터’를 꼽았다. 성동형 스마트쉼터는 폭염이나 폭우, 한파 등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버스 이용객을 위한 시설로, 현재 55곳이 운영 중이다. 정 구청장은 “처음엔 ‘쓸 데 없는 걸 만든다’며 항의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이젠 없어서는 안 될 생활필수시설로 자리 잡았다”며 “국내 다른 도시는 물론, 해외로도 자연스럽게 퍼지고 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생활밀착형 행정’을 내세우는 정 구청장은 특히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지난 4월 말엔 성동구에서 활약하는 반려견 순찰대 ‘호두’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큰 관심을 받았다. 정 구청장은 “사실 그 이전에 (4·10) 총선 사전투표 인증을 할 때 (MZ(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끈) ‘망그러진 곰’ 투표인증용지 사진을 올려서 조회 수가 많이 나왔는데, 연이어 조회 수가 대박 났다”고 웃었다. 그는 “정치인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가 소통이라고 생각한다”며 “민원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새로 정책도 만들 수 있고, 주민들이 자신이 사는 지역에 대한 애정을 느끼게 해주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성동구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역점 사업인 ‘정원도시’ 조성에도 발을 맞추고 있다. 정 구청장은 “우리 구는 정원도시란 이름은 아니었지만 공원과 녹지를 만드는 정책을 계속 펴 왔다”며 “좋은 정책은 같이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는 오 시장이 언급한 ‘교육감 러닝메이트제’에 대해서도 “찬성한다”며 “현재는 교육감을 직선제로 뽑아도 예산권이 독립이 안 돼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예산까지 완전히 독립시킬 게 아니면 교육감을 예전처럼 임명제로 다시 바꾸든지, 광역단체장과 러닝메이트로 통합해서 뽑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방분권주의자로도 유명한 정 구청장은 국가적 난제인 초저출생의 해법을 지방분권에서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지역거점도시를 육성해 청년이 몰려들게 만들면 합계출산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며 “얼마 전 나온 한국은행 보고서에서도 이같은 분석을 내놨는데, 정부가 참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구청장은 4·10 총선을 앞두고 SNS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당시 공석이 된 민주당 서울 중구성동구갑 지역구의 지역위원장직을 겸하고 있어 자연스레 그의 총선 출마설이 불거진 상황이었다. 지역에서는 정 구청장에게 출마를 권하는 이들이 적잖았다. 그러나 정 구청장은 “임기가 많이 남은 상황에서 제 직분과 의무를 저버리고 그 길을 택할 수는 없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임기를 마친 뒤 행보에 대해선 “이전까진 스스로 ‘준비가 아직 안 된 것 아닌가’란 생각을 했다”며 “지금은 제가 (서울시장이나 국회의원에) 도전할 자격이 있는 것인지, 나간다면(출마한다면) 무엇 때문에 나가는 건지 고민을 막 시작한 단계”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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